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세계 석유시장 안정 여부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에 달려있다고 석유 전문가들이 28일 지적했다. 이들은 사우디 왕자가 이번주 텍사스에서 휴가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전격 방문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더라도 사우디가 석유시장 안정에 협력할 것임을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가가 배럴당 25달러내외 수준을 유지하지 않겠느냐고 이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아랍권의 반미 감정을 감안해 석유 정책을 재고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다른 걸프 산유국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따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유가가 35-40달러 수준으로 치닫는 파국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는 지난 90-91년 걸프전 당시 한때 41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사우디가 석유공급을 확대하면서 하락한 바 있다. 유가는 28일 배럴당 29달러를 조금 못미치는 수준에 거래됐다. 유가는 올들어 근 60% 상승한 상태다. 석유산업연구재단(PIRF)의 존 리치블로 회장은 "전쟁이 발생할 경우 분명히 유가가 상승하기는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사우디가 미국에 석유시장 안정을 약속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배럴당 25달러 내외 수준이 유지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 관계자는 "유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미국 소비자가 그 여파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솔린 가격이 이번주 갤런당 평균 1.4달러 수준임을 상기시켰다. 이는 한해 전에 비해 배럴당 8.5센트가 낮은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달의 석유장관회담에서 산유량을 늘릴 것으로 대체로 전망해왔다. 그러나 OPEC 관계자들은 최근들어 9월 회동에서 산유량이 상향 조정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센터의 대니얼 여겐 회장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그 여파로 유가가 35-4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 "일단 석유수급 안정이 회복되면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진짜 문제는 (사우디가 아닌) 걸프의 다른 산유국들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감을 갖고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렇게될 경우 유가가 폭등할 수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유사시 석유 소비국들이 12억배럴이 넘는 비축분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전략비축유가 6억배럴이 넘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들은 미국이 한때 하루 100만배럴에 달했던 이라크 석유 도입을 13만7천배럴수준으로 크게 줄였다면서 따라서 이라크가 미국의 공격으로 석유 수출을 줄이거나 중단하더라도 국제 석유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그리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