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현대하이스코와의 핫코일(열연강판) 분쟁 2차전에서도 패배했다. 지난해 3월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반박해 제기한 공정위 시정조치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27일 서울고등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포스코의 핫코일 공급거부는 사실상 어려워지게 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포스코의 동의없이는 현대측이 핫코일을 공급받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 양측의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냐고 철강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포스코, '명분' 싸움에선 져 =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미는 포스코가 그동안 내세웠던 명분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자동차용 냉연강판 시장을 놓고 현대하이스코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소재인 핫코일을 경쟁사인 현대하이스코에게 공급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해 왔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공정위가 포스코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시장지배적 위치의 남용'을 이유로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데 이어 이번에 서울고법이 포스코의 소송을 기각함으로써 포스코의 명분은 힘을 잃게 됐다. 물론 포스코는 대법원 상고 방침을 밝혔지만 전례상 고등법원에서 패소한 행정소송 상고가 대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 확률이 20% 미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가 명분 싸움에서 이기기는 힘들어 보인다. ◆ 현대, '실리'위해선 양보 필요 = 그러나 현대하이스코측도 명분 싸움에서의 승리를 실리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가 많다는 것이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가장 큰 장애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얻어 포스코로부터 핫코일을 공급받더라도 그 양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칠 수 있다는 점. 포스코는 현재 연간 1천800만t의 핫코일을 생산해 그중 900만t을 수요업체에 공급하고 900만t은 자체 냉연강판 생산에 쓰고 있다. 포스코가 현대하이스코에 핫코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자체 냉연강판 생산을 줄이거나 수요업체에 대한 공급물량을 줄여야 하는데 이 두가지 방안 모두 상당한 난제를 안고 있다. 자체 냉연강판 생산을 줄이는 것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축소하는 것으로 포스코 이윤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수요업체에 대한 공급물량 축소는 수요업체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포스코가 공정위 판정을 어기지 않는 범위내에서 소량의 핫코일만을 현대하이스코에 공급할 경우 현대하이스코는 '명분 싸움에서 이기고 실리 싸움에서 지는'모양이 되고 만다. 결국 현대측이 그동안 구겨진 포스코의 체면을 살려주고 현대차에 대한 자동차용강판 공급을 확대해 주는 등 어느정도의 양보를 해야 실리를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현대하이스코 고위관계자는 "포스코와의 싸움은 더이상 원치않는다"며 "포스코가 핫코일을 공급할 경우 현대차에 대한 자동차강판 공급 확대는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해 이제 공은 포스코로 넘어가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