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규모의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미국 최고 수준의 유통산업 분석가 피터 카루소를 전격 해고한데 대해 당사자가 '희생양'이 됐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카루소가 일부 투자자들에게 자신이 주택보수용품 전문 소매체인인 홈디포에 대한 이익악화전망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줬다는 문제가 제기된 후 그를 해고키로 했다. 홈디포의 주가는 지난달 12일 카루소가 이 회사의 전망을 어둡게 보는 보고서를 내면서 7.4%나 폭락했다. 카루소는 그러나 전날 고객들과의 오찬 모임에서 홈디포가 매출이 저조해진 분기보고서를 낼 것이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자신이 다음날 홈디포에 대한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하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카루소는 메릴린치에서만 20년간 있었던 유통산업 분석가로 지난 5년간 줄곧 기관투자가 잡지에 의해 가장 권위있는 유통산업 분석가로 선정됐었다. 그는 메릴린치가 자신을 해고한 것은 비윤리적이며 메릴린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법 전문가들은 메릴린치가 카루소의 홈디포 기업분석이 초래할 수 있는 법적인 책임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격적으로 그를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앞서 메릴린치는 이미 사직한 인터넷산업 분석가 헨리 블로젯을 포함, 자사의 일부 분석가들이 메릴린치의 투자은행 서비스 수주와 관련, 편향된 산업분석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뉴욕주 검찰당국에 1억달러를 내고 타협을 봤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