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아이는 '노루표 페인트'로 더 잘 알려진 상장기업이다. 올해 창업 58년째를 맞은 장수기업으로 기술 경쟁력, 튼튼한 재무구조 및 브랜드 파워가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디피아이는 세계적인 페인트 전문 기업으로 도약했지만 경영혁신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R&D(연구개발) 부문의 왕성한 투자를 통해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선 혁신기술로 제품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들어 추진중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이 회사의 경영혁신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디피아이는 올 하반기까지 생산체제가 비효율적인 부문의 지방공장을 매각하고 계열사 지분 일부를 합작파트너에 이전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를 통해 약 4백13억원 정도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가 최고 경영 전략으로 던진 승부수는 '환경친화적 제품'이다. 이 전략에 따라 모든 페인트를 환경친화적 물질로 대체하는데 연구개발 투자를 집중한지 오래다. 송기명 디피아이 연구소장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유성페인트만큼 접착력이 뛰어난 수성페인트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제품개발 노하우와 전략적인 R&D가 선행되지 않으면 환경친화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디피아이는 실제로 환경친화적인 첨단 제품을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서 공급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대표적인 제품이 초고속 수용성 페인트. 이 페인트는 기본적으로 수성 제품이며 건조시간이 30초면 충분하다. 기존 유성페인트는 건조에 3일이나 걸리며 그것도 오염물질이 공기에 노출되는 스프레이 방식으로 주로 이뤄진다. 또 초고속 수용성 페인트는 다양한 색깔의 금속형강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한 획기적인 페인트 제품이다. 디피아이는 전자레인지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산화 방지 페인트 미국 특허까지 얻은 자동차용 에폭시 페인트 선박용 오염물질 방지 페인트 건축용 천연페인트 등 거의 모든 신제품에 대해 '환경친화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페인트산업은 내수를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세계의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게 디피아이 경영진의 판단이다. 페인트를 대량 소비하는 제조업체들이 국경을 넘어 공장을 설립하는 사례가 다반사로 목격되면서 제품 규격 등이 글로벌화됐다. 자연스럽게 중간재(페인트)를 생산하는 업체도 글로벌 경쟁을 벌여야 된다. 이 때문에 디피아이는 페인트 업체이면서도 해외 시장 개척에 열심이다. 해외 공략 결실중 하나로 디피아이는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과 선양의 고궁 재단장 프로젝트에 페인트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디피아이는 지주회사를 지향하면서 분사(分社)를 단행해 왔다. 분사 영향으로 정작 디피아이(모기업)의 매출액 성장세가 둔화된다는 오해까지 사기도 한다. 디피아이의 올해 매출액과 순이익 목표는 각각 2천1백억원과 2백50억원이다. 변정권 상임감사는 "매출액 이익률이 올들어 10%선을 웃돌 만큼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