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우리나라 통신업계가 잘 나간다고들 하고,또 다른 한쪽에서는 도대체 로드맵(Road Map)을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통신업계,특히 이동통신업계의 두 얼굴이라 할만한 이런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 나온 상장기업들의 올 상반기(1∼6월) 실적은 통신업계의 선전(善戰)을 말해준다. 이동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은 9천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KTF LG텔레콤도 각각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동통신 서비스사업자 뿐만이 아니다. KT의 순이익도 1조원에 가깝다. 4조원 규모의 순이익을 낸 삼성전자를 비롯 단말기 등 통신기기나 장비업체들도 새로운 기록을 쏟아냈다. 외국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통신업계의 절대적 위기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세계 통신업계의 중심지로 통했던 유럽도 마찬가지다. 전세계를 집어삼킬 듯 덤비던 거인들이 비틀거리고 있다. 그래선지 얼마전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과 유럽의 통신업계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반면 한국의 통신업체들 사이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모습도 있다. 요금인하 번호이동성 등은 꺼리면서 가입자 유치를 위한 이동통신업체간 경쟁이 갈수록 가관이다. 온갖 고가경품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뺏고 빼앗기는 전형적인 후진적 싸움이 판을 친다. 급기야 KTF LG텔레콤은 합병인가 조건을 거론하며 SK텔레콤의 영업정지를 요구하는 정책건의문까지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비대칭규제를 말할 때부터 예견됐지만 이젠 업계 스스로 규제를 건의할 정도로 규제경쟁이 치열하다. 규제경쟁 자체도 그렇지만 이런 규제게임에서 정보통신부가 기업으로부터 중립적인지,또 통신위원회는 정통부나 기업들로부터 독립적인지를 생각하면 이 역시 후진적이긴 마찬가지다. 이런 싸움판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IMT-2000은 또 어찌돼 가는 걸까. 컨소시엄 형태의 별도 법인을 요구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동통신회사와 IMT-2000 사업자간 합병도 이젠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것이 IMT-2000(특히 비동기식)과 관련해 업계에서 흘러 나오는 투자축소나 연기 또는 서비스 무용론과 무관할까. 문제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분명히 해야 한다. 투자자는 물론 장비업체나 콘텐츠업체 등 이해당사자들이 적지 않은 데도 정부 및 관련업체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 이것 또한 전형적인 후진적 모습이다. 혹자는 통신업체들의 실적이 구조조정 덕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후진적 측면이 요행히 실적을 뒷받침한 것은 아닐까. 서비스 요금과 질,그리고 투자경쟁이 없는 기업실적은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