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인쇄종가(宗家)인 보진재가 15일로 창립 90주년을 맞는다. 1912년 '보진재 석판인쇄소'란 상호로 설립됐다. 현 김정선 사장의 증조부인 고 김진환씨는 일제시대에 순수 민족자본으로 회사를 설립한 최초의 한국인 창업주로 꼽힌다. 보진재는 특히 90년째 같은 상호를 고집하고 있어 쉽게 영어이름 등으로 바꾸는 여타 기업들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김정선 사장은 "상호가 한약방을 연상시킨다며 바꾸라는 지적도 많았지만 증조부의 뜻을 받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보진재는 증조부가 흠모했던 북송(北宋)의 서예가 '미불'의 서재이름에서 따온 것. 보진재는 4대째 인쇄 출판업의 외길을 걸으며 전문화를 추진한 결과 기술과 시설면에서 세계적인 업체로 도약했다. 특히 박엽지 인쇄분야에서 강점이 있어 세계 1백여개국의 성경을 인쇄하고 있다. 보진재는 14일 서울 영등포 당산동 공장을 경기도 파주로 이전하는 한편 창립기념식과 파주공장 준공식을 겸해 '제2창업'을 선포하는 행사를 가졌다. 보진재는 1969년 법인으로 전환한 후 96년에는 인쇄업체 최초로 코스닥증권시장에 등록(상장)했다. (02)679-5541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