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년 가시화돼 도무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일본의 고질적인 디플레를 깰 수 있는 묘책은 없다고 전문가들이 11일 지적했다. 이들은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지난 6월 34개월째 하락함으로써 디플레가 여전함을 뒷받침했다면서 일본이 통화나 재정정책을 활용하거나 세금 정책을 통해서도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도 해법 발견에 손을 든 상태라고 덧붙였다. 리먼 브라더스의 아시아담당 수석연구원 폴 셰어드는 일본이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디플레가 장기화되고 있는 나라라면서 이것이 기업 수익성을 갉아먹는 한편실질적인 기업 부채도 높이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디플레는 또 실업률을 높이며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물가를 더욱 낮추는 악순환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본의 실업률은 지난 6월 그간의 최고치에 근접한 5.4%를 기록한데 이어 더 올라갈 전망이다. JP 모건의 가노 마사키 수석연구원은 "과거에는 디플레가 예외적인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완만한 디플레가 매우 위험한녀석"이라면서 "사람들이 이에 익숙해지고 심지어 기대하게되면 문제가 확대된다"고지적했다. 가노는 "사람들이 디플레를 그려러니하고 인식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지난 9일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한데 대해 예상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노는 "현재로선 (일본 경제에) 즉각적인 위험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이 아직은 호조를 보이는 덕택에 일본 경제가 전후 최악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점을 상기시켰다. 가노는 그러나 일본은행 통화정책이사회가 미약하기만 한 회복세를 다지기 위한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반면 새로운 경기 진작책에 제동을 거는 견해도 나왔다. UBS 워버그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새 진작책이 가동될 경우 "통화 재확대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나기보다는 악순환만 초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이 이미 초저금리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뾰족한 디플레 타개책이 없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오직 방책이 있다면 경상 적자를 확대하는길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노는 "현재 월간 상한선으로 잡고 있는 적자폭 10조-15조엔을 이를테면 20조엔 정도로 올리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할 경우 시장을 안정시키는 심리적 효과는 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노는 일본이 예산.재정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면서 공공 지출을 확대하는 것도 아직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지난해 4월 집권하면서 재정 적자폭을 줄이겠다고 확언했기 때문에 실행이 어려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2004년 3월까지의 2003회계연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정부공사 지출감소율을 3%로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2002회계연도의 경우 감소폭은 10%다. 또 고이즈미 자신도 지난 1일 국채발행 한도를 한해 30조엔으로 묶겠다던 앞서의 공약을 지키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말한 점도 전문가들은 상기시켰다. 일본은행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의 크리스토퍼 워커 수석연구원은 "통화확대 정책이 디플레 타개효과를 내자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7일 향후 3년간 세금을 인하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디플레타개를 향한 올바른 방향이라고 가노는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당국이 향후 5년간세수를 확대시킬 것이란 입장도 앞서 표명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엇갈린 입장으로 인해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IMF도 일본의 디플레 타개에 뾰족한 수를 제시하지 못했다. IMF는 지난 8일 낸 연례 보고서에서 이 점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가노는 "IMF가 선진국의 완만한 디플레 대책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닛코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무라시마 기이치 연구원은 "현재로선 누구도 (일본의 디플레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판단하기 힘든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가노도"디플레가 이제는 일본만의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일부 아시아 국가들도 디플레로고통을 겪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아시아에서 디플레의) 악순환이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도쿄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