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세법 개정안은 공적자금 상환에 대비하기 위한 '세수 확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개인과 기업들에 대한 기존의 각종 조세감면 조치들을 대폭 축소하고 신규 세금감면 조치는 꼭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 한도로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민과 기업들의 실질 세부담이 올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방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아무런 수정없이 통과될지는 확실치 않다. 올해 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세수를 줄이라는 선심성 요구를 쏟아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향후 경기전망마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조세감면 축소로 세금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중소기업들과 개인의 반발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조세감면 축소로 세수 증대 정부는 지난 6월 말 공적자금 손실추정액 69조원(지난 3월 말 기준)중 정부가 49조원을 부담하겠다는 내용의 공적자금 상환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에 세수를 2조원 늘리고 재정지출을 2조원 줄여 총 4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방침이다. 정부는 세수를 늘리기 위해 기존의 조세감면을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조세감면액(2001년 기준 14조2천억원)의 10% 정도만 줄이면 내년에 1조5천억원 이상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우선 세액공제 최고 한도를 현행 10%에서 7%로 낮추기로 했다. 시중금리가 낮아져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줄어든 만큼 세액공제율도 그만큼 낮춰야 한다는 논거에서다. 이에 따라 연구 및 인력개발에 대한 설비투자,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내년부터 7%로 낮아진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키로 한 조세감면 조치들도 대폭 정비된다. 고수익.고위험 신탁저축 비과세가 예정대로 폐지되고 중소기업 결손금 소급환급특례 등도 사라질 전망이다. ◆ 조세감면 신설.확대는 최소화 정부는 정책목표에 따라 신설하거나 확대해온 조세감면 조치들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주5일 근무제 시행과 관련된 생산성 향상 시설투자와 첨단설비 도입, 수도권 입주 기업에 대한 동등혜택 적용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세금혜택을 추가로 줄 계획이다.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은 현행 5%의 생산성 향상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내년부터 7%까지 받게 된다. 기업들이 전자상거래와 공급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 등 첨단 기법을 도입할 경우에도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수도권 억제정책의 일환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던 수도권 입주기업들은 내년부터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와 공해방지시설 투자, 청정생산시설 투자, 유통합리화시설 투자시 동등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정 개선과 자동화 설비투자, 첨단 기술설비 도입의 경우 종전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입주업체들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 경기 부진.정치권 압력이 변수 정부는 경기조절용으로 도입한 임시투자 세액공제 대부분을 올해 말 종료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 경기의 불안 등으로 올해 하반기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임시투자 세액공제를 내년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중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하는 등 투자활동이 위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세금 인하 압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자소득에 의존하는 퇴직근로자들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적자금 상환부담을 떠안아야 할 정부로서는 올해 세법 개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