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거래과정에서 제조물 책임(PL) 분쟁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전국 14개 PL분쟁조정센터에 따르면 총 1천3백53건의 PL 상담 가운데 기업간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에 대한 상담이 2백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담 가운데는 주의경고 표시방법의 이행과 면책사유 등에 관한게 많았다. 특히 자동차부문에서 46건의 PL 피해가 신고되고 전자부문에서 35건의 피해가 신고되자 이의 책임을 놓고 완제품업체와 부품공급업체가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가구업체는 수입목재를 사용해 가구를 만들었는데 건조공장의 잘못으로 가구가 비틀려 사람의 손이 끼이는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건조공장과 책임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 중이다. 여의도에 본사를 둔 중견 컴퓨터제조업체는 PC방 업체에 컴퓨터를 다량 공급했는데 제품하자로 교체하기로 합의했으나 구입처에서 PL법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주장해 잔뜩 긴장했다. 그러나 PL이란 소비자가 제품하자로 몸을 다치거나 안전상 피해를 봤을 때만 해당되기 때문에 이 경우는 민법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PL법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분쟁이 일단락됐다. 또 PL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유통업자들이 PL법은 제조업체만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통업자도 제조자가 주의표시한 사항을 유통과정에서 철저히 이행하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기업간 거래에서 많은 분쟁이 발생하자 중소기업청은 기업간 'PL에 관한 표준계약모델'을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이는 공정한 계약 없이 분쟁이 발생해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개발부문은 △완제품과 부품업체 간 계약 △판매업자와 제조업자 간 계약 △시공업자와 제조업자 간 계약 △수입업자와 제조업자 간의 계약 등이다. 중기청은 또 1천개 중소제조업체를 뽑아 PL 사고 실태 및 애로사항을 조사해 정책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표준계약 모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기업간 PL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