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말에 쏟아져 나온 미국 경제지표는 한마디로 '부진한 경기회복'으로 요약된다. 일각에서는 경기가 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더블딥'(경기회복후 다시 침체)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월가에선 '실물경기도 확실히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2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악화란 대형악재가 발표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다우지수가 57포인트 오르면서 8,700선을 회복했다는 점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S&P500은 이날 올들어 처음 4일 연속 상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 경기회복 둔화추세 뚜렷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한결같이 우울했다. 2분기(4~6월) GDP는 지난해 3분기 0.3% 감소 이후 가장 낮은 1.1% 성장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1분기(5.0%)는 물론 전문가들 예상(2.2~2.4%)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제조업 요충지인 시카고지역의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7월 ISM지수도 51.5로 6월(58.2)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월가에선 56.4선을 예상했었다. 지수가 그래도 50이 넘어 경제가 6개월 연속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줬으나 성장속도는 지난 1월이후 가장 낮다는 분석이다.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도 이날 미국 경기동향을 진단하는 베이지북을 통해 '완만한(moderate) 성장'이란 용어로 예상보다 부진한 경제를 포장했다. 제임스 제닉 그리니치캐피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발표된 지표들은 급락한 소비자신뢰지수와 함께 미국 경제의 회복에 급격한 제동이 걸리고 있음을 숫자로 확인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 더블딥보다는 바닥론이 우세 월가에서는 더블딥이 '소수의견'이다. 대신 2분기 GDP 등 경기부진 지표들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바닥론'이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다우지수는 지난달 24일 이후 4일간 13% 이상 올랐다.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2분기 GDP 내용중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및 장비투자가 2년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연율로 따져 2.9%의 상승이지만 앞으로 기업들의 본격적인 투자확대를 예고해 주는 대목이란 해석이다. 게다가 각종 경기부진 지표들로 인해 오는 13일로 예정된 금리조정회의(FOMC)에서도 저금리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이어 골드만삭스가 이날 '주식이 채권보다 매력적'이라며 글로벌주식 편입비중을 종전의 60%에서 65%로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월말 급등한 증시가 단기적인 기술적 하락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바닥경기가 확인된 이상 주가가 대세 상승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UBS페인웨버증권의 아서 캐신 전략가)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