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상품화 사업에 관여했던 1천여 중소기업들이 연쇄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월드컵 상품화 사업권자인 코오롱TNS가 지난 24일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이 회사 어음을 받았던 월드컵 기념품 생산업체들의 도산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 연쇄도산 위기의 주원인이다. 이와 함께 각종 기념품에 대한 권리확보를 위해 1만~10만달러씩 지불했던 1백16개 월드컵 라이선스업체와 이들의 하청업체 역시 투자금액을 건지지 못하고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의 재고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전체 피해액은 1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오롱TNS의 경우 지난 6개월간 지출한 액수는 사업자 권한 인수금 1백억원, 물품제작비 6백억원, 운영비 40억∼50억원 등 모두 7백5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이 기간중 물품판매로 회수한 현금은 1백억원에도 못미치고 나머지는 모두 비용으로 소진했거나 재고로 남았다. 이에 따라 코오롱TNS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나 하청업체들에 발행한 약속어음은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변해 버렸다. 특히 월드컵 공식마스코트와 애니메이션 라이선스를 획득했던 (주)필인은 하청업체들과 함께 수백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필인에 3D애니메이션인 '스페릭스'와 공식마스코트 사용에 관한 권한을 판매했으나 이 권한이 코오롱TNS에 넘긴 휘장권과 중복되는 이중계약의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결국 코오롱TNS와 필인은 권한분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사업시기를 놓쳤고 마스코트 인형제작 권리를 획득한 S크리스탈 등 관련 기업은 수십만개의 재고만 쌓아 놓은채 판매를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고 말았다. 월드컵 공식상품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41)는 "월드컵상품화 사업에는 여러 기관이 직간접으로 개입했는 데도 이같은 상황을 수습하려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