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29일 서울 삼성동 무역회관에서 부품.소재 경쟁력의 핵심인 신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중장기 전략과 정부 지원방안에 대해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부품.소재 기업의 신뢰성 수준이 선진국의 60~70%선에 불과한 만큼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과 함께 '신뢰성 향상 운동"(RM:reliability movement)'을 모든 산업에 확산시키는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좌담회는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의 사회로 안현호 산업자원부 자본재산업총괄과장, 이감열 생활용품시험원장, 유동수 대우전자 상무, 김정규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재단 전문위원 등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참석자 ] 김정규 <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 > 석영철 < 한국산업기술재단 전문위원 > 안현호 < 산자부 자본재산업총괄과장 > 유동수 < 대우전자 상무 > 이감열 < 생활용품시험원장 > ( 가나다 순 ) 사회 : 안현실 <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 > -------------------------------------------------------------- △ 사회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성장 잠재력과 해결 과제는 무엇인가. △ 안현호 산업자원부 자본재산업총괄과장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등 신기술 분야가 탄탄한 성장기반을 다질 때까지 자동차 조선 철강 기계 등 전통 주력산업이 한국의 성장 동력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제조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부품.소재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 부품.소재의 핵심.원천 기술은 태부족이다. 따라서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대형화.전문화를 추진하면서 선진국 수준의 신뢰성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 사회 =신뢰성 기술수준이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 유동수 대우전자 상무 =국내 기업은 지금까지 조립 위주의 압축 성장전략을 펴왔을 뿐 핵심 부품 국산화와 신뢰성 확보 등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는 소홀했다. 이로 인해 '신뢰성 정보 부재→각종 고장 발생→원인분석 불가→보완설계 불가→기술 재도입→일류상품 창출 불가'라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 김정규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신뢰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극소수 대기업 외에는 여전히 신뢰성 평가기술과 장비 등 인프라가 취약하다. △ 사회 =선진국의 신뢰성 수준은 어떠하며 한국과의 격차는. △ 유 상무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군사.우주항공 분야의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신뢰성 연구에 착수해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평가기법을 갖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학과 기업에는 1백여개의 신뢰성 전문센터가 있다. 한국과 선진국의 격차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동차의 공식 수명을 예로 들면 독일 벤츠가 18년, 미국산과 일본산이 10년 가량인데 비해 한국산은 7년 정도에 불과하다. △ 사회 =정부에서 추진해온 신뢰성 향상 대책은 무엇인가. △ 이감열 생활용품시험원장 =지난 86년부터 90년대 후반까지는 수입대체를 목표로 단순 기술개발과 해외 설계기술 도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품질관리 수준을 높이는데 치중했다. 그러나 부품.소재 육성 특별법이 제정된 99년 이후엔 글로벌 소싱에 적극 참여하면서 핵심부품 독자 개발과 수출 산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사회 =신뢰성 기술 확보를 위한 향후 중점 추진과제는. △ 안 과장 =올해 신뢰성 향상 종합발전대책을 수립해 10년 안에 1천여개 국산 핵심 부품.소재의 신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선 2005년까지 3천2백억원을 투입해 국제 수준의 신뢰성 평가장비 등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신뢰성분석센터를 5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10년까지 모두 3백개의 세계일류상품을 창출할 예정이다. 부품.소재 연구개발(R&D) 사업에 상시적인 신뢰성 평가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사업자를 선정할 때 신뢰성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공공 부문과 수요기업의 국산 부품.소재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내년중 신뢰성 보험공제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 사회 =중장기적으로 신뢰성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재단 전문위원 =납품기업으로부터 완성품 업체와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부품.소재의 신뢰성 문제를 상시 체크하고 이를 기술개발과 제품설계에 반영할 수 있는 '공급망 관리시스템(supply chain system)'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부품.소재의 품질 기술 디자인 등 종합적인 비(非)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관건이 신뢰성이다. 이에 따라 산업기술재단을 중심으로 산.학.연 합동 홍보사업을 펴고 있으며 내년부턴 민.관 공동으로 대대적인 캠페인도 벌일 방침이다. △ 이 원장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선 순간적인 충동 구매를 유도하는 '현재 품질'보다 언제라도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미래 품질'을 강화하는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의 '품질관리운동(TQC)'에서 벗어나 '신뢰성 향상 운동(RM)'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리=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 협찬:한국산업기술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