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A등급 회복'의 깃발을 처음으로 내건 것은 지난 3월28일.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Moody's)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Baa2에서 A3로 두 단계 상향조정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중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무디스가 한국의 등급을 한꺼번에 두 단계나 끌어올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로 세계 금융가의 주목을 모았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경제월드컵 추진 종합대책 보고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진념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수행비서로부터 쪽지를 전달받은 후 단상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오늘 무디스로부터 국가등급을 두 단계 올린다는 소식이 들어 왔다"고 전했다. 행사는 축제장으로 바뀌었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두번째 낭보는 영국의 피치(Fitch)로부터 날아들었다. 피치는 지난 6월27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등급으로 끌어올린다고 발표했다. 무디스와 마찬가지로 두 단계 상향조정이었다. 피치가 신용등급을 올리기 전에 한국에 부여했던 신용등급 BBB+는 무디스의 Baa2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이었다. 피치의 두 단계 상향조정으로 한국은 A-(무디스의 A3와 동급)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A를 받았다. 권태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피치가 97년 이후 특정 국가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올린 것은 처음"이라며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중 2개 회사가 연속해서 두 단계를 상향조정하는 희귀한 기록을 남겼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S&P가 지난 7월24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올렸다. 이로써 한국은 국제 금융사회에서 완전한 A등급 국가가 됐다. S&P의 등급 조정폭은 한 단계였으나 9월중 예정돼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실사를 앞두고 전격 발표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국가신용등급 조정은 현지 실사를 거쳐 6주 정도 지나서 발표하는게 관례다. S&P는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97년 10월초 AA-였던 한국의 신용등급을 불과 두 달 만에 B+로 10단계나 떨어뜨렸다. 이 기간중 무디스는 6단계, 피치는 11단계를 하향조정했다. 당시 외국인들은 한국에 빌려준 돈을 계속 회수했고 한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떠났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