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천3백70여개의 농협 단위조합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해온 신용카드 사업이 9년여만에 중단될 전망이다. 단위 농협별 카드사업이 금융감독원의 '금융기관 업무위탁에 관한 감독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에 따라 농협은 카드관련 주요 사업을 중앙회로 집중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이번 주까지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농협의 카드사업은 중앙회로의 단일화가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단위 농협에서는 "지난 93년이후부터 카드 업무를 해왔고 96년에는 구 재정경제원 감사를 받으며 '사실상 인정'을 받았는데 뒤늦게 문제 삼는다"며 중앙회로의 업무이관에 반발하고 있어 간단치 않은 뒤탈이 예상된다. BC카드와 연계한 단위 농협의 카드 회원은 현재 3백50여만명에 달한다. 단위 농협은 재정구조가 취약한 서민 금융조합인데다 이용자 역시 농어촌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온 카드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수익력에 큰 구멍이 날 것이라는 게 일선 단위농협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는 최근 단위조합장·평조합원 등으로 '카드발전협의회'를 구성,대안을 모색중이다. ◆단위농협 카드 업무,무엇이 문제였나 농협 중앙회가 카드사업을 인가받은 것은 지난 87년.그러나 중앙회와 나란히 각 지역의 단위 농협도 93년부터 카드사업을 시작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중앙회는 카드에 관한 업무를 전반적으로 모두 할 수 있지만 단위 농협은 제한을 받는다. △신규회원 자격과 카드발급 심사 △카드이용대금 사후관리·상환과 같은 카드의 '본질 기능'은 단위 조합이 할 수 없다. 그런데 카드 사업이 돈벌이가 되는 것은 주로 이들 업무에서 나오는 연회비나 수수료 때문이다. 실제로 단위 농협은 카드사업에서 수익을 내면서 관련 인력을 확충하는 등 이 부문의 역량을 키워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간 수익이 12억원인 모 단위 농협의 경우 카드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이 10억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강경한 금융감독원 금감원은 그동안 단위 농협의 카드사업이 잘못됐다며 '정상화'를 요구했다. 금감원은 △회원·가맹점 모집 △매출전표 모집 △현금 서비스와 같은 '부수 기능'은 단위 농협에 위탁이 가능하지만 본질 기능은 위탁이 안된다는 업무규정 조항을 들이댔다. 96년 정부 감사에 대해서는 "99년도 금감원 출범전의 일이고 이후 검사주체가 바뀌었다"며 "단위 농협의 딱한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규정은 규정'"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구나 지난 3∼4월 금감원이 신용카드회사들에 대해 일제 검사를 벌이게 된 것은 카드 남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꼭지점에 달하면서 비롯됐다. 이후로도 각종 강력사건이 카드빚 때문이었다거나 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남발된다는 지적이 연일 신문지면에 오르내리면서 카드 정상화에 대한 사회적 압력은 여전히 심한 상황이다. 금감원으로서도 다른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