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의 글로벌스탠더드(세계표준)가 새판짜기에 들어갔다. 미국 기업들의 분식회계 스캔들로 "미국식 기업경영=글로벌스탠더드"란 등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빅뱅의 주체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금융당국.이에 기관투자가와 관련 시장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과다한 스톡옵션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 사례다. 미 나스닥은 상장사들이 경영진에 스톡옵션을 제공할 때 예외없이 주총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조만간 시행에 들어간다. 세계 양대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S&P도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키로 해 이같은 움직임에 힘을 실어줬다. 전세계에서 10조 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기관투자가들의 연합체인 ICGN는 앞으로 의결권 행사를 통해 스톡옵션을 비롯한 경영진 보수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 금융감독위원회도 주총의 의결없이 정할 수 있는 스톡옵션 한도를 축소할 것을 검토 중이다.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도 빅뱅의 대상이다. 미국 민주당은 회계법인이 같은 회사의 외부감사와 경영컨설팅을 동시에 할 수 없도록 하는 부정회계처벌법안을 제출,9일부터 심의에 들어간다. 미 증권관리위원회(SEC)는 회계법인을 규제 감독할 민간회계책임위원회(PAB) 신설을 추진 중이다. 애널리스트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미 증권업협회는 메릴린치증권이 뉴욕주 법무부와 합의한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확보조치를 다른 증권사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공개(IPO) 등 투자은행 업무에 개입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게 그 골자다. 특히 미국 정부는 9일부터 애널리스트들이 방송 등에 출연,상장기업 재무정보에 관한 얘기를 할 때 해당기업과 금전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분명히 밝히도록 했다. 경영정보 공개요건도 강화된다. SEC는 기존 45일 이내였던 분기실적 공시마감을 30일 이내로 단축하는 등의 '신속공시안'을 마련 중이다. 또 공개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9백47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담당임원(CFO)에게 재무제표 수치가 정확하다는 점을 보증하는 계약서에 서명토록 조치했다. 재무제표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 민사상 책임은 물론 위증죄로 철창신세를 질 수 있게된다. 일본도 내년 2분기부터 분기별 실적을 공개하도록 하는 한편 인재유출 등 '기업의 존속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있는 사안'을 재무제표에 의무적으로 표기토록 했다. 한국에서는 오는 9월부터 경영정보를 특정인에 먼저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정 공시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회계기준의 글로벌스탠더드 격인 미국의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에 대한 전면적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때문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일 발표하는 제도개선안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