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어낸 거스 히딩크 감독. 그는 선수들에게 틈나는대로 "해외,특히 유럽리그에 가서 뛰라"고 주문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다. 둘째는 빠르게 변화하는 선진축구의 조류를 따라잡으려면 선수들이 그 조류에 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 히딩크 감독의 생각이다. 월드컵을 5번째 제패한 브라질팀. 브라질은 1970년대부터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유럽 프로리그에서 뛰고 있는 브라질 선수만 1천5백여명을 헤아린다. 이들은 월드컵이 열릴때마다 각국의 플레이스타일과 장단점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스스로 대응책을 마련한다. 이같은 글로벌화는 브라질팀을 '영원한 우승후보'로 자리매김시켜주는 튼튼한 배경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성공개최를 경제부흥으로 연결시키려면 철저한 글로벌화에서 승부를 봐야만 한다. 1988년 올림픽을 글로벌무대 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했다면 2002년 월드컵은 한국을 글로벌경제의 주인공으로 세우는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무작정 해외에 나간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한국 제품을 사줄리는 만무하다. 터키에서 불고 있는 '한국제품 사주기' 바람이 다른 모든 나라에서도 불어줄 것이란 기대는 애초부터 접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중국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김형순 로커스 사장은 "기업인을 중심으로 강력한 한민족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중국의 IT기업 한화망을 이끌고 있는 중국기업인 한문 사장은 "한국기업이 중국시장에 진출할때 한국문화와 중국문화 모두에 익숙한 조선족 기업인을 매개로 삼아 공략하는 것이 유효하다"며 구체적인 전략까지 조언했다. 세계에 퍼져있는 한민족을 네트워크로 묶고 이를 통해 글로벌화를 추진한다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경제신문과 벤처기업협회가 공동으로 구축중인 'INKE(한민족글로벌벤처네트워크)'는 그랜드 한민족 네트워크의 한 모델이다. 2000년 창립총회를 연 INKE는 지금까지 미국의 뉴욕 워싱턴,영국 런던,독일 프랑크푸르트,중국의 베이징과 옌지,홍콩,호주 멜버른,인도 뉴델리,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등 전세계 10개 주요도시에 지부를 세웠다. 각 지부의 지부장은 해당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인들이다. 각 지부는 한국의 벤처기업과 외국 기업간을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은 "단순히 가교 역할을 하는 것 뿐 아니라 시장조사 법률자문 투자유치 등 현지사무소의 기능까지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일단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원한다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INKE는 올 연말까지 전 세계 지부를 20개로 늘리고 향후 3년내 50개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전세계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마케팅과 투자를 공동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된다. 민간차원의 INKE는 정부 차원의 KOTRA 무역협회와 함께 한국기업의 세계진출 엔진으로 기능하게 된다. 재외동포재단이 추진중인 '한상(韓商)네트워크'는 또다른 모델이다. 권병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중국이 화교네트워크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에 모티브를 얻어 한상네트워크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한민족이 7백만명에 이른다는 것은 한국이 가진 커다란 자산 중 하나"라며 "수출과 비즈니스 뿐 아니라 해외 한민족의 본국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네트워크는 해외에서 활동중인 기업인을 중심으로 삼되 문화·예술인 정치인 법률가 연구인력 체육인 등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기구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벤처기업협회 재외동포재단은 INKE와 한상네트워크를 연계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