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에서 최고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길거리 응원문화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가보고 싶은 나라'라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온 나라가 붉은 물결로 넘실거리며 거대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밤새 축제와 환희에 젖으면서도 깨끗한 거리,열정적이지만 적대적이지 않은 한국인…. 많은 외국인들이 이런 매력에 빠져 광화문과 서울시청앞 광장 등을 찾아 붉은 악마와 함께 응원하곤 했다. 월드컵은 한국이 동아시아 허브(중심축)로 발돋움할 호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PC방과 인터넷 등 광범위한 IT(정보기술)환경,질높은 노동력과 기술,한국인들의 역동성,거대시장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지정학적 위치 등도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유인이 되고 있다. 때마침 정부도 '동북아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내놓았다. 영종도 송도 김포 등에 경제특구를 만들어 다국적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 유치를 추진하는 등 한국을 동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만들자는 계획이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한국 대표팀의 선전은 냉철한 비전을 제시하며 글로벌스탠더드에 따라 기초체력을 기른 '히딩크 리더십'에 따른 것"이라며 "정부도 히딩크 리더십을 국가과제에 도입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부상하는데는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먼저 국제 비즈니스도시인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등과의 경쟁에서 앞서야 한다. 이들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금융지원 세제혜택 등을 앞세워 외국자본 유치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다. 상하이는 지난해 10월 발전연구센터의 보고서를 토대로 푸둥 신시가지내에 외국인 편의시설 건설,복수비자 발급,R&D 우대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0년까지 세계적 3백대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 유치를 추진하는 등 체계적인 투자유치 활동을 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외국 자본의 입장에서 제약이 많다. 서울에 아시아지역 본부를 둔 다국적 기업도 아직은 1개사뿐이어서 경쟁국 주요 도시에 비해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열린 '해외CEO(최고경영자)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는 많은 외국기업 CEO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규제완화와 투명성 제고,노동시장의 유연성,영어교육 강화,현행 최고 40%인 개인소득세의 하향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은 국토균형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경제특구 대상지역을 늘리자는 요구를 하고 있고 특구지정 예상 지역들은 벌써 부동산값이 들먹이고 있다. KOTRA의 김완순 외국인투자 옴부즈맨은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는 외국인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창한 제도적 지원보다는 국민 모두가 성심껏 노력하는 의식 및 태도변화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