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연구소장들은 올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회복 속도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해 6~7%의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경제불안과 환율 하락, 국제유가 상승 등의 불안요인들이 하반기 경제운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연구소장들은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거시경제 정책을 섣불리 긴축정책으로 전환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환율 하락이 하반기 수출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환율 하락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수출 내수가 함께 견인 =한국 경제가 상반기 내수 위주의 성장에서 하반기 내수와 수출이 함께 성장을 주도하는 모습을 띌 것으로 연구소장들은 내다봤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지난 1.4분기중 수출이 10% 줄었는데도 경제 성장률은 5.7%를 기록했다"며 "하반기에는 작년 하반기 경기침체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도 "1.4분기의 경기 회복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내수와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반면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수출회복이 통계상 기술적 반등 이상의 수준에까지 이를지는 의문"이라며 "미국 경제 회복 지연,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하반기 수출 회복세를 장담할 수 없고 설비투자의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다"고 말했다. 정책기조 바꾸지 말아야 =연구소장들은 정부가 현재의 중립적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홍택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비롯 중남미 금융위기와 반도체 경기불안 등 대외 여건이 불확실한 만큼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변경시키기에는 아직은 이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과 관련,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이어 가되 하반기중 물가불안에 대비해 콜금리 목표를 한 두차례 소폭 올리는게 바람직하다고 연구소장들은 제안했다.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국내외 불안한 경제 여건을 감안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되 4.4분기중 콜금리 목표를 0.25%포인트 정도 올릴 필요가 있다"며 "이는 물가상승 압력을 미리 완화한다는 차원의 조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해왕 금융연구원장은 "현재의 금융 불안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 9~10월께 콜금리 목표를 0.50%포인트 올려 내년 물가상승 압력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반기 경제과제 =연구소장들은 하반기 한국 경제에는 위협요인과 기회요인이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하반기에는 대통령 선거 등 이른바 '정치의 계절'이어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월드컵으로 인한 국가 이미지 개선 중국시장의 활용 가능성 증대 신기술의 개발.확산 등은 기회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정문건 전무는 "하반기에는 대통령 선거 등으로 인한 정책 표류와 사회 분위기 이완 등의 불안 요인들이 드러날 수 있다"며 "정치 논리에 휩쓸리지 말고 일관성 있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권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정책들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 투자 증대 여성 노동력 활용 외국인 투자 활성화 정책 등은 정권에 관계없이 꾸준히 밀고나가야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좌승희 원장은 "부실기업을 빠른 시일내에 정리하고 은행 민영화 등을 포함해 금융회사 짝짓기 등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호 원장은 "월드컵 대회 개최가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고 대외신인도를 한 단계 높이는 효과를 가져 왔다"면서도 "그러나 월드컵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던 국내 장애요인들이 적지 않은 만큼 냉철히 경제를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