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신흥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3중(중국.중동.중남미)시장'이 월드컵 효과를 놓고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중국시장은 현지 언론의 `한국때리기'로 국민감정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어포스트 월드컵 마케팅은 엄두를 못내는 실정. 반면 중동과 중남미 시장은 한국산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현지마케팅이 날개를 단 형국이다. 작년 9.11 태러사태 이후 국내기업들이 중동.중남미시장에서 어깨를 움츠리고중국시장에서 활개를 폈던 것과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 중동은 `형제애' = 중동시장은 한국팀이 `아시아 축구'를 대표해 4강 진출의위업을 달성한 이후 한국산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올라갔다.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의 일체감이 월드컵을 계기로 응집되면서 현지의 한국팀 응원열기가 매우 뜨거웠다는게 현지법인 관계자들의 전언. 아랍에미리트의 전자제품 판매딜러인 무라드 압둘라 무라드씨는 한국 LG전자[66570] 본사로 서신을 보내 현지 주민들의 한국팀 응원열기를 전했고 이집트 국민도 "코리아 헬루아"를 외치며 교민들의 응원행렬에 가담했다. 유럽과의 경계인 터키는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을 `형제국가'로 인식하면서 현지마케팅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이스탄불에 판매지사를 둔삼성전자[05930]는 휴대폰과 LCD 모니터, 프로젝션 TV의 상반기 판매가 올 한해 판매목표를 이미 넘어서는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터키 현지신문인 `스타(STAR)'지는 "국산품 애용도 좋지만 한국산 제품을 구매하자"는 캠페인성 기사까지 게재했을 정도다. ◆ 중남미는 `신바람' = 중남미 시장은 `과실'이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된다. 축구가 전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장특성을 감안, 올해초부터 일찌감치 각종 월드컵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해왔기 때문. 이에따라 월드컵이 열기를 더할 수록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매출이 적지않은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초부터 ▲코스타리카 대표팀 공식후원 ▲코스타리카.에콰도르대표팀 골키퍼를 활용한 TV 광고 제작 ▲차량부착용 월드컵 승리기원 스티커 부착등 다양한 이벤트를 전개해 브랜드 알리기에 크게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브라질 시장에서는 모니터 매출이 작년동기 대비 20% 이상의 신장이 예상되고 있다. 멕시코 국가대표팀을 공식후원한 LG전자는 인터넷 가전 런칭이벤트와 월드컵 관련 TV 광고로 멕시코 가전시장에서 고급브랜드 이미지 심기에 성공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 현지에서의 한국산 제품이미지가 일본을 크게 앞섰다"며 "월드컵 열기를 잘 살려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굳히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브라질 시장에서 전자레인지와 DVD 등 2∼3개 핵심공략품목에서 올해 1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중국은 `살얼음' = 월드컵을 테마로 한 중국 현지법인들의 마케팅은 중국의예선전 탈락이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중국 언론이 대대적으로 한국팀을 폄하하고깎아내리기 시작하면서 양국 국민간 감정이 악화돼 있기 때문. 특히 최근 중국 공안들의 폭행사태와 맞물려 `앙금'이 남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중국 치우미 응원단 후원에 열을 올리고 정보통신 관련 정부.업계 인사와 현지 딜러들을 초청했던 국내 대기업들로서는 다소 난감해하는 표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중시장에서 가장 큰 특수를 거둘 것으로 보고 적잖은 비용을 들였는데 다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국내기업들은 월드컵 관련 마케팅을 자제하면서 중국내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법인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며 "월드컵과 관련해 중국인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월드컵 이외의소재를 이용한 마케팅은 적극적으로 펴나간다는 입장. 삼성전자는 이달중순부터 CRM마케팅을 전개하면서 프로젝션 TV 매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 기타 시장 =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유럽과 일본, 러시아,동남아 시장에서 포스트 월드컵 마케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중심으로 공항과 역, 대형유통점 등 800여곳에 대화면 TV를 설치, 현지인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다만 이탈리아의 경우 한국전 패배이후 후원업체의 주가와 스타들의 몸값이 일제히 곤두박질 치고 국민의 관심이 멀어지면서 포스트 월드컵 마케팅을 기대하기는어려운 상황이다. LG전자는 해외전략거점이자 월드컵 출전국인 폴란드와 러시아에서주요품목의 시장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