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내놓은 '공적자금 상환대책'은 국민 1인당 1백85만원이나 되는 손실액을 금융권과 정부가 분담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금융권 부담은 결과적으로 각종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금융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게 뻔하고, 세수 확대와 예산 절감을 통한 정부 부담 역시 납세자인 국민들에게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 방식이 다르다 뿐이지 모든 부담이 최종적으로는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돼있다는 얘기다. 외환·금융 위기를 초래한 과거의 정책실패, 방만한 경영이 앞으로 최소한 25년간 국민의 고통분담을 요구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백56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성적표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주요 구조조정 현안 가운데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숙제거리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의 상환대책을 놓고 정치권과 금융업계, 학계,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벌써부터 적지 않다. △재정과 금융업계의 분담 비율 △공적자금 회수가능액 산정 방법 △25년이라는 상환기간 등을 놓고 공청회와 입법화 과정에서 첨예한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세수 확대와 예산 절감으로 49조원을 부담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국민들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차기 정부에 '짐'을 떠넘긴 꼴이어서 이에 대한 시각도 곱지 않다. ◆ 공적자금 얼마나 썼고 얼마나 회수할 수 있나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두 차례 동안 총 1백2조원의 정부보증채권(예금보험기금채권,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을 발행했다. 이중 42조원을 회수, 9조8천억원은 원금 상환에 쓰고 나머지 32조1천억원은 공적자금으로 재투입했다. 공공기금에서도 출연.출자 형태로 22조원을 지원했다. 따라서 지난 3월 말까지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은 모두 1백56조2천억원에 이른다. 금융연구원은 이중 회수 가능한 금액을 3월 말 현재 83조∼91조원으로 추정했다. 연구원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뢰로 지난 4월부터 3개월동안 조사한 결과다. 이미 회수한 42조원에다 향후 회수 가능한 금액은 41조∼49조원으로 봤다. 최대한으로 낙관적인 분석이다. ◆ 논란이 예상되는 분담비율 =금융연구원은 회수가 불가능한 공적자금을 총 69조원으로 추정했다. 정리가 결정된 금융회사에 예금대지급용이나 출연자금으로 지원된 42조4천억원중 31조8천억∼32조원(75∼75.4%)이 사실상 회수 불능으로 판정됐다. 또 금융기관 출자분중 감자 등으로 회수 불능 판정을 받은 것도 27조5천억∼32조8천억원에 달했다. 금융연구원은 이들 회수불능 자금 69조원중 20조원(28.9%)은 금융회사에, 나머지 49조원(71.0%)은 재정에 부담시킬 것을 제안했다. 재정부담은 국민의 직접적인 세금 증가를 의미한다. 정부는 재정부담액(49조원)의 50%는 세수를 늘려, 나머지는 지출을 줄여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비과세 혜택을 받는 각종 저축상품들을 단계적으로 줄여 9년간 11조3천억원의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으며 경유 등유 중유 LPG 부탄의 세율을 올려 14조1천억원을 더 거둔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25년동안 예산 지출을 줄여 24조5천억원을 마련키로 했다. 금융권에는 앞으로 25년간 매년 예금액의 0.1%를 특별보험료로 부과키로 했다. 올해 기준으로 금융권 전체 예금액의 0.1%는 7천억∼8천억원. ◆ 25년간 국민들에게 짐 지워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21조9천억원의 보증채와 이자부담(5조5천억원)에 대해서는 최장 25년짜리 국채를 발행, 이를 상환할 계획이다. 굳이 25년간으로 정한 것은 한 세대를 30년으로 보고 다음 세대에 빚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그러나 이자가 계속 꼬리를 물게 되면 상환의무는 다음 세대로 넘어갈 수 있다. 공자위 관계자는 "정부 보증채를 국채로 전환할 경우 금리 비용이 연간 4백90억∼1천4백70억원 줄어든다"며 기술적으로 이자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