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일본형 디플레 불황론'이 제기되고 있다. 월가의 일부 경제전문가들과 영국 언론들은 미 경제의 디플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디플레에 관심을 두면서 금리를 동결했다. 디플레는 물가하락 상태의 경기불황이다. ◆고개 드는 디플레 불황론=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6월28일자)에서 미 경제에 디플레 기미가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증시침체와 소비위축의 영향으로 '물가하락-기업수익악화-개인소득감소-장기불황'의 악순환에 빠져들면 '제2의 일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나스닥과 다우 지수는 각각 28% 및 10% 떨어졌고,지난 5월 중 소매판매액도 0.9% 감소하는 등 금융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소비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27일 월드컴 충격을 집중 해부하면서 미국은 디플레불황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미 경제가 하반기 중 짧은 회복을 한 뒤 다시 침체하는 더블딥(2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주가하락세가 장기화할 경우 디플레불황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디플레에 대비하는 FRB=FRB는 지난주말 '디플레회피―90년대 일본경험으로 본 교훈'이란 보고서를 통해 일본 디플레경제의 원인과 대책을 종합 진단했다. FRB가 내부적으로 디플레불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에서 FRB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제때 내리지 못해 디플레를 막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FRB가 26일 열린 금리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고 그대로 둔 것도 경기회복을 자신하지 못하고 디플레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FRB는 연방기금금리(콜금리)를 40년만의 최저치인 연 1.75% 수준을 그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물론 디플레불황론이 미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 경제에서 '디플레'란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경제상황이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