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은 경제계에도 새로운 풍속도를 몰고 왔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월드컵 대표팀을 세계 4강에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기업 등에서 히딩크의 리더십 학습 바람이 부는 등 '히딩크신드롬'이 일었고 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 열풍을 반영한 '레드 마케팅'도 확산됐다. 또한 월드컵 경기 시청을 위해 고선명도의 디지털 TV의 판매가 늘어나 TV의 세대교체도 가속화시켰다. ◆ 히딩크 신드롬 = 히딩크 감독의 인기는 경제계에서도 상종가를 기록했다. 삼성이 히딩크의 리더십에 관한 사내방송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임직원들에게 보여주는등 히딩크 리더십을 배우기 위한 기업들이 노력이 이어졌다. 특히 삼성카드의 경우 히딩크 감독을 일찌감치 광고모델로 점찍어 놓은 덕분에 히딩크 신드롬의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또 히딩크 감독의 공헌도를 감안한 기업들의 `우대' 조치도 이어져 대한항공의 경우 히딩크 감독에게 4년간 1등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다음달 24-2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최하는 하계 세미나에거스 히딩크 감독을 강사로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전경련은 대한축구협회의 협조를 얻어 월드컵이 끝난 이후 히딩크 감독과 접촉할 예정이며 히딩크 감독이 이끈 축구 대표팀의 성공사례를 기업의 최고경영자 등을 상대로 강연해 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히딩크 리더십의 요체는 합리적인 선수선발과 기초체력 강화 등의 지도방식을 통해 우리 축구의 수준을 단기간에 크게 높였다는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도 히딩크 리더십을 강조하고 나섰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CEO포럼 창립 1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한국 축구를 월드컵 8강에 진출시킨 히딩크 감독을 통해 지도자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며 히딩크의 지도력을 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본받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전부총리는 "기업 지도자인 CEO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고 유능한 CEO는 기업은 물론 국민경제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히딩크의 선수선발 방식과 선수들의 기초체력 강화를 중시한 지도방식은 국가와 기업의 경영에서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드 마케팅 열풍 = 우리 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 바람으로 전국민이 '붉은 악마'화 되면서 지금까지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붉은색이 선호하는 색으로 바뀌자 기업에서는 이를 활용한 `레드 마케팅'이 확산됐다. 기업들은 붉은 색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 소비자들이 제품 선택을 꺼리고 있으나 월드컵 열풍이 '레드 콤플렉스'를 상당부문 완화시켰다고 보고 일부 가전제품과 휴대폰, 가구 등에 붉은색을 넣어 '레드마케팅'에 나서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교체주기가 빠른 휴대폰 등 휴대형 제품에 붉은색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과 청소기, 전화기, 전기밥솥 등에 붉은 계열의 색상을 적용한 제품을 이미 판매중이고 체리색을 일부 적용한 냉장고와 에어컨 등도 내놓았으나 강렬한 붉은색은 휴대폰 등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제일모직 캐주얼 브랜드 후부는 월드컵 이후 올 가을까지는 붉은색 열풍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티셔츠, 헤어밴드, 수건, 물통 등 월드컵 관련 품목의 생산을 하반기에 10% 정도 늘린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보루네오가구는 올 가을 신제품 특징을 '레드 트렌드(Red Trend)'로 정하고 광택 재질의 붉은색 '하이그로시(High Grossy)' 가구를 내달중 업계 처음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강렬한 붉은색 계통의 '차이니즈 레드(Chinese red)'가 주목받고 있다"며 "월드컵을 계기로 붉은색이 인기를 끌면서 이번에 출시할 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라이선스 브랜드를 생산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는 서호트레이딩은 최근 흰색으로 제작된 티셔츠 5만여장을 레드 열풍을 감안해 붉은색으로 다시 염색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한국 축구대표팀의 간판 스타인 히딩크, 안정환, 설기현 등의 사진이 새겨진 아동용 티셔츠의 출시를 준비하는 한편 월드컵 이후에도 붉은색과 접목된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매장에서는 붉은 색 티셔츠에 어울리는 붉은 색 립스틱과 이것에 어울리는 밝은 색조 화장품이 인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여름철 선탠피부에 어울리는 어두운 색조의 화장품이 많이 팔렸으나 올해는 붉은 색 립스틱에 어울리는 밝은 색조 화장품 수요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 TV 세대교체 가속화 = 월드컵은 TV 시장에도 세대교체 바람을 몰고 왔다. 경기장을 찾지 못한 시민들이 보다 좋은 화면으로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PDP TV나 프로젝션 TV 같은 차세대 디지털TV 구입에 나서면서 이들 제품의 판매가 월드컵 전부터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80년대초 흑백TV의 컬러TV로의 세대교체에 이은`제2의 TV 세대교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5월 PDP TV 판매가 4월대비 2.5배, 프로젝션TV는 3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고 LG전자[66570] 역시 PDP TV가 4월대비 70%, 프로젝션TV가 120%, 브라운관(CRT) TV가 270%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대리점 관계자는 "50인치 PDP TV와 47, 55인치 프로젝션 TV 등 고급.대형 TV를 찾는 고객이 부쩍 많아졌다"며 "월드컵을 계기로 80년대초 컬러TV 도입에 버금가는 제2의 TV 혁명도 기대해봄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업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