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동시선거 3번 실시 등 본격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계층구조를 포함한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고 지역경제발전을 위해 각계의 파트너십이 절실하며 특히 지역별 차별성과 정체성이 요구되고 훌륭한 리더와 주민들의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최상철(환경대학원) 교수는 21일 오후 대구그랜드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재)산학경영기술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제4회 지역발전 포럼에서 '지방화시대의 지역개발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지역발전을 끌고 나가는 주역은 정부가 아니며, 정부는 지역개발이라는 수레를 앞에서 끌고 가는 주체가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지역경제의 주역은 기업으로서, 기업에게 매력적이고 계속해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의 발표요지는 다음과 같다. 지역발전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은 먼저 규모의 경제와 통합의 논리이다. 무한경쟁시대를 앞두고 세계각국은 지방자치단체간의 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역경제개발을 위한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십 수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있으나 실리콘밸리 지역발전을 위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토론토는 토론토시와 주변 13개 지방자치단체를 통폐합해 1998년 하나의 광역도시로 출범했다. 런던도 런던시와 32개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존 자치단체위에 경제개발과 광역계획을 위한 1999년 대런던행정청을 신설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 지역의 규모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변화하는 여건에 부응한 행정구역의 통폐합과 계층구조를 포함한 행정구역개편이 필요한 때가 됐다. 두번째는 파트너십의 정신이다. 지역경제발전은 지방정부의 전유물도 아니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산.학.연.관 연대의 강화는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산업과 대학과 연구기관과 정부간의 진정한 파트너십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과학, 기술, 경영과 지역이미지 창출에 모두가 공동 노력하는 협력체제와 분위기를 지방정부가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학은 하나의 공동체이며 상공회의소와 국가 및 민간연구소들도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에 있는 국립대학교는 그 지역의 대학이기를 거부하고 있는 우리나라 풍토속에서 스스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서울에 있는 모든 국책연구소들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전국적으로 재배치돼야 할 것이며, 정부 기관도 지방으로 재배치돼야 한다. 해양산업연구원이 서울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으며 농경지 한 평도 없는 지방정부에 십 여명의 농업직이 근무하고 있는 아이러니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세번째 차별성과 정체성의 논리이다. 한 지역이나 지방이 가진 차별성과 정체성을 지역경제발전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역사적, 문화적 유산일 수도 있고 지역의 토속적 생활양식일 수도 있다. 제주도 인구 50만에 연간 500만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으며 강원도 146만 인구에 2천만의 내방객이 제 발로 여가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다. 이들을 상대로 어떻게 소득을 창출하고 고용을 창출할 것이냐에 구체적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미국의 플로리다와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은 생산시설이 하나도 없지만 그나라에서 가장 잘 사는 지역이 되고 있다. 지역의 향과 맛을 지역경제발전의 힘으로 살릴 수 있다. 커피 한톨 생산하지 않는 미국 시애틀의스타벅스라는 조그만 커피점의 커피맛과 향기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까지 침투하고 있다. 지역을 어떻게 차별화하여 상품화하며 아이덴터티를 살려 지역의정체성을 부각시키는 지역판촉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더십의 문제이다.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성공적인 사례 뒤에는 항상 훌륭한 리더가 있었다. 대학의 교수일 수도, 지방도시의 솜씨있는 소녀일 수도, 선거로 당선된 지장정부의 수장일 수도, 지방정치가일 수도 있다. 실리콘밸리라는준사막지대의 과수원을 세계적 첨단산업단지로 만든 스탠퍼드 대학의 터만 교수, 미국 조지아주의 달톤시의 에번스라는 소녀의 카펫 짜는 솜씨가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카펫 중심도시로 오늘날까지 번창하고 있다. 일본 고베시의 미야자키 시장은 록고아일랜드와 포트아일랜드라는 인공섬과 항구시설을 확장함으로써 세계 제2의 항구 도시로 부상시켰으며 프랑스 남부 니스근방의 소피아 앙띠폴리스를 프랑스는 물론 세계적인 첨단연구학원도시로 만드는데는 삐에르 라핏드라는 지방정치가의 평생을 바친 집념이 있었다. 한 지역이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기까지는 그 지역에 꿈과 행동력을 구비한 지도자가 있었고 이를 따르는 주민들의 단결된 힘이 있었다. 우리나라지역경제발전도, 한 지역이 잘 살기 위해서는 지역의 장래를 내다보는 꿈과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구=연합뉴스) 김효중기자 kimh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