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세번째 기획예산처 장관에 임명된 장승우 장관이 취임 초기 첫번째로 맞닥뜨린 '과제'는 철도 파업 해결이었다.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던 어느날 그는 예고없이 기자실을 찾았다. "개혁에는 때가 있다. 공기업 민영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파업에는 원칙대로 대응해 나간다"는 말을 몇번이고 강조했다.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그의 말은 단호했다. 장 장관이 예산처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를 엿보게 한 단면이었다. 그는 평소 지론대로 조직은 가능한 한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하겠지만, 현 정부가 무게를 둬온 개혁의 마무리작업 만큼은 확실히 마무리짓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 장 장관은 그의 다짐대로 철도파업을 정면돌파로 해결해냈다. 시빗거리는 남겼지만 KT에 대해서도 민영화라는 예산처의 목표를 일단 달성했다. 박봉흠 차관은 '예산처의 해결사'라는 말을 들는다. 경남고 출신의 전형적인 'PK'로 예산실장직을 장수하면서 연례행사인 예산을 두번 짰고 결국 차관으로 승진했다. 산하 국장들은 풀기 어려운 난제가 있으면 지금도 박 차관을 찾아가곤 한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새 아이디어를 결합시켜 문제를 해결해 낸다는 평가다. 기획예산처에는 모두 3명의 1급이 있다.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변양균 기획관리실장은 예산총괄과장 시절 예산편성 문제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강력히 항의할 만큼 강단있단 소리를 들었지만 요즘은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평을 듣는다. 김경섭 정부개혁실장은 경제기획원 외에 총무처 국세청 국무총리실 등에서 두루 근무한 만능 행정맨이다. 변 실장과 김 실장 모두 행시 13회 출신이다. 임상규 예산실장은 외향적인 성격에 발도 넓다. 광주일고를 나온 임 실장은 행시 17회. 행시 기수로 보면 선배들을 추월한 셈이다. 그러나 그가 예산실장에 기용됐을 당시 예산처 안팎에서는 '갈만한 사람이 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