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 창조기업협의회 회장 > 최근들어 전세계적으로 '지구살리기' 운동이 한창이다. 이것은 산업화로 인한 환경파괴로부터 지구를 구하자는 운동이다. 이런 운동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조업은 한결같이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지금까지 제조업체들이 물 나무 철 화학물질 광물 등 각종 자원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동맥(動脈)산업'에만 치중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동맥산업만으로는 지구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드디어 자원을 재생하고 다시 활용해야 하는 순환산업시대에 접어들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동맥산업보다 '정맥(靜脈)산업'이 더 중요하게 됐다. 첨단기계를 만들어내는 데만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자원을 재생시켜 지구환경을 더 이상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창조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때가 왔다. 따라서 이 시대에 최고의 기술창조는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창조기업은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는 기업이어야 한다. 환경을 파괴하는 기술의 창조는 더 이상 '창조'가 아닌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진정한 기술창조는 '3R'에 기초를 둬야 할 것이다. 3R이란 리듀스(Reduce) 리유즈(Reuse) 리사이클(Recycle)을 뜻한다. 리듀스는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을 말하고 리유즈는 제품의 재사용을 촉진하는 것을 말한다. 리사이클은 폐기물을 재상품화하는 것이다. 물을 예로 들자면 물을 아끼고 목욕물을 청소하는데 또 쓰고 오염된 물을 정화해서 다시 써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부터 꼭 10년전인 1992년 5월 스위스 바젤에서 폐기물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이른바 '바젤조약'으로 불리는 이 협약은 유해폐기물을 다른 나라로 보내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한 나라에서 산출된 폐기물은 그 나라에서 자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1백20여개국이 참여한 이 조약은 갈수록 강화될 전망이다. 때문에 한국도 더 이상 환경을 파괴하는 동맥산업을 육성하는데만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더러워진 물을 맑게 재생해내는 정맥산업의 육성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할 때이다. 또 한국에선 이제부터 기업내부의 창조성에 대한 평가도 재점검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흔히 21세기는 창조산업시대라고 한다. 그럼에도 종업원 1인당 창조성 매출액대비 창조비용 등 기업내부의 창조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편이다. 따라서 앞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지원이나 자금지원 등은 환경성과 창조성을 평가해 지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선진국에선 환경성이 나쁜 기업은 자금지원을 해주지 않고 세금도 더 많이 매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시 바삐 환경성과 창조성에 기초를 둔 새로운 중소기업 정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