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포스코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 알게 모르게 포스코의 눈치를 살펴왔던 국내 철강업체들이 '독자적인' 행동에 나섰다. 동부제강 연합철강 등 냉연업체들은 3·4분기부터 냉연강판 내수판매 가격을 t당 10% 인상키로 최근 결정했다. 이와 달리 포스코는 공식적으로 냉연강판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 냉연업체들은 "포스코가 냉연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데 어떻게 먼저 올릴 수 있겠느냐"고 말해왔다. 포스코가 냉연강판의 원재료인 열연강판 가격을 올렸으니 냉연가격도 당연히 올릴 것으로 기대해왔다. 냉연업체 관계자는 그러나 "포스코를 믿고 기다려봤지만 더 이상 눈치 볼 형편이 아니다"면서 "앞으로도 자체적인 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포스코가 국내에선 유일한 원자재 공급자여서 냉연가격 결정력을 쥐고 있었던 셈인데 그런 구조와 관계없이 형편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의미다. 철강업계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가 공기업이던 시절이나 민영화된 지금이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냉연업체들의 이번 결정은 주목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냉연업체들이 이렇게 방향전환의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은 경영환경과 직결돼 있다. 연합철강의 경우 지난 1·4분기 영업이익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벼랑끝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이 지난 2월 중순 수입철강재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으며 지난 5월말에는 중국마저 잠정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하지만 냉연강판 원재료인 열연강판 가격은 계속 상승세를 보여왔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열연강판 가격은 지난 1·4분기에 t당 2백10∼2백15달러였으나 최근 t당 2백70∼2백80달러로 치솟았다. 포스코가 공급하는 열연강판 가격도 연초 t당 2만원 인상된데다 조만간 추가로 2만∼3만원 정도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냉연업체들은 포스코의 가격 인상여부와 관계없이 독자행보를 결정하게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와 관련,"가격은 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면서 "다른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키로 했으니 포스코도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밝혔다. 사정이야 어찌됐던 냉연업체들의 이번 가격인상 결정으로 포스코와 국내 철강업체들간에 과거와 다른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철강업계는 말하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