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본텍의 합병을 포기한 것은 이 회사 지분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전무가 일부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한 시장과 여론의 부정적 반응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12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본텍 합병안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당초 현대모비스는 경기 마북리연구소에 차량용 오디오.비디오와 네비게이션 및텔레매틱스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카트로닉스연구소를 설립하고 일본 알파인사와 제휴하는 등 연구.개발(R&D) 체제를 갖춘 만큼 전장사업을 위한 생산기반 확보 차원에서 본텍(옛 기아전자) 흡수를 추진해왔다. 충북 진천 소재 본텍은 오디오와 전자통제장치(ECU) 등을 생산해 현대.기아차에납품하는 연간 매출 2천억원 안팎의 전장 전문업체로 자본금 50억원 가운데 기아차39%, 정 전무 30%, 또 현대차 계열사로 정 전무가 60%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인 한국로지텍이 30%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전장사업 진출을 위해 하이닉스반도체가 지분 78%를 갖고 있는 현대오토넷의 인수도 추진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했었다. 현대오토넷은 지난 2000년 11월 정몽헌 현대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간에 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의 현대오토넷 지분을 현대차그룹이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 업체. 그러나 현대모비스의 이같은 `순수한' 의도나 현대모비스의 매출 등 경영성과가호전되게 됐다는 일부 평가와는 달리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정 전무의 현대차 계열사지분 확보 및 평가차익 등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고 외국인 등이 주식을 매도, 주가도 계속 약세를 면치 못했다. 즉 정 전무가 올해초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가 된데 이어 처음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게 됐을 뿐 아니라 막대한 평가차익도 챙기게 돼 심지어 `모럴해저드(도덕성해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던 것. 정 전무는 지난해말 본텍 지분 30%를 액면가인 주당 5천원씩 15억원에 매입했으나 이후 본텍이 기아차 뿐 아니라 현대차도 안정적인 납품처로 확보, 주식가치도 애널리스트에 따라 최고 17만원까지 급상승해 시장 평가대로 3-3.5대1로 합병할 경우1-2%의 지분은 물론 수백억원의 평가차익을 얻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따라서 이번 포기 결정에도 지금까지 현대 계열사 지원설이나 현대.기아차 그룹의 다른 사업분야 진출설 등에 대해 "시장과 투자자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자동차 전문그룹을 표방한다"는 등의 정 회장의 평소 방침이 그대로 적용됐다는 게업계와 시장의 평가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keykey@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