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한국-미국전이 열린 10일 오후. 4천8백만이 붉은 악마가 됐다. 자동차 중공업 조선소 제철소 등 제조업 공장의 일꾼들이 '붉은 악마' 대열에 합류해 생산 현장도 일시 멈춰섰다. 여의도 금융가 넥타이 부대들도 근무를 중지하고 응원전에 동참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반도체와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 등 24시간 가동이 불가피한 일부 생산부서를 제외한 전 사업장이 이날 하루 일손을 놓았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세계인의 잔치인 월드컵을 즐기고 온 국민의 염원인 16강 진출을 위해 응원하자"고 당부함에 따라 대부분의 직원이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역 최대 기업인 한진중공업은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 직원이 오전에만 근무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토요일에 연장 근무를 한 대신 이날 오후 쉬었다. 경북 포항 철강공단에 입주한 조선선재 세아제강 동부제강 현대종합금속 대경특수강재 등 40여개 업체도 경기시간 중 조업을 중단했다. 업체들은 회사 식당이나 강당에 멀티비전과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단체 관람을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주간근무조 2만여명은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이날 오후 특별휴무를 했다. LG울산.온산공장은 자율휴가를 실시했다. SK와 S-Oil, 삼성BP는 필수요원 외의 근로자들이 한-미전을 시청할 수 있도록 강당과 식당 등에 TV를 설치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도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오후 휴무를 결의했다. 삼성중공업 성환웅 총무부장은 "경기가 끝난 후 다시 근무를 하더라도 업무효율이 떨어질 것이 뻔해 더이상 근무하지 않고 전원 퇴근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한화증권 빌딩 22층 IBK비즈니스센터에 입주해 있는 시블코리아 마이크로뮤즈 등 20여개 외국계 회사 직원 70여명은 이 빌딩 지하 호프집을 통째로 빌려 80인치 대형 화면을 통해 경기장면을 지켜보면서 공동 응원에 나섰다. 이들은 한국팀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를 본떠 남자 직원은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하거나 붉은 악마 티셔츠를, 여성은 붉은 스카프와 붉은 립스틱 등으로 치장했다. 시블코리아 김이든 과장은 "러시아보다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된 일본이 러-일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응원 덕택"이라며 "비겨서 아쉽지만 직원 단합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에 들어선 한화증권 직원들은 26층 강당에서 1백인치 대형 화면을 보며 맥주 파티를 벌이면서 경기를 관전했다. 지하와 꼭대기 등 빌딩 전체에서 합동 응원 전선을 펼쳐 한-미전을 승리로 이끈다는 전략을 일주일 전에 짜놓았다. 교보증권은 강당에 1백50인치 스크린을 설치, 객장에 있는 고객들을 초대해 응원전을 펼쳤다. 동원 메리츠 현대 굿모닝증권 등도 이날 한국 승리 기원을 위해 회사 강당에서 응원전을 벌였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