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은행권 주5일 근무제'가 몰고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이 토요일에 문을 닫으면 수출입 대금 결제를 비롯한 기업활동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전반적 '휴무 분위기'에 따른 인력난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격주 휴무제' 등의 형태로 토요일을 쉬어온 대기업들은 일단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다. 이들은 주말 자금 결제가 더 어려워지고 인력난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은행의 주5일 근무제가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에 앞서 휴일수 축소 및 인건비 상승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대기업은 큰 영향 없어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은행권 토요 휴무 자체에 따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 대기업도 인건비 상승효과 등을 우려해 주5일 근무제를 전면 도입하는 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은행권 토요 휴무에 대해 "업무영역별로 구체적인 영향은 좀더 따져보고 대비해야 겠지만 현재로선 심각한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은 격주로 토요일을 쉬고 있다. LG전자를 비롯한 LG 주요 계열사들은 사무직과 연구직을 대상으로 연월차를 활용한 '토요 휴무제'를 시행 중이다. 토요일엔 부서장 재량에 따라 업무상 꼭 필요한 인원만 근무토록 하고 있다. SK와 현대자동차도 격주 휴무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두산은 '격주 전일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포스코나 금호 효성 코오롱 등도 격주로 토요일을 쉬고 있다. ◆ 중소기업은 심각한 타격 우려 =중소기업들은 은행의 주5일 근무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토요일 은행업무에 차질을 빚게 되는 점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될 경우 인건비 상승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넥타이를 생산하는 지엠인터내셔날 윤종현 대표는 "중소기업에서는 인건비 부담과 납기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미래산업 정미리 팀장은 "사람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주5일 근무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 생산 차질은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전국 1천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주5일 근무제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인건비 상승효과가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임금이 15% 인상되고 의보 산재 등 4대 보험료가 5% 오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력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기협중앙회 김영수 회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형성되는 휴무 분위기는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부채질하는 역기능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2백43개 중소무역업체를 대상으로 '금융권 주5일 근무에 따른 외환거래 애로조사'를 실시한 결과 39.5%가 "토요일 은행 네고업무를 할 수 없어 완제품 구매 등을 위한 긴급자금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21%는 주요 수출입 결제수단인 송금방식 수출의 입금 확인과 환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손희식.이계주.정태웅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