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정부의 예금인출 제한조치(일명 코랄리토)가 오히려 화폐회수의 걸림돌이 되면서 화폐유통량 과다로 인한 초인플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페소화 환율이 최근 달러당 3.4~3.5페소로 치솟은 것은 에두아르도 두알데 정부의 경제개혁조치에 대한 불신과 추가금융지원을 둘러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지연, 중앙은행총재와 신임 경제장관간의 불화설 등에도 원인이 있지만 시중 페소화 유통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페소화 평가절하와 본격적인 예금인출제한조치 이후 지금까지 화폐유통량은 코랄리토 이전보다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현재 43억8천500만 페소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고, 여기에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등 현금부족에 시달리던 각 주정부가 현금대용으로 발행한 파타콘, 레콥 등 준화폐(공채) 액수까지 더하면 약 100억 페소에 이른다. 그러나 페소화와 준화폐를 포함해 실질적으로 아르헨티나 사회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규모는 200억페소에 이를 것으로 은행측은 보고 있다. 화폐 유통량이 불과 4~5개월새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코랄리토와 정부의 경제정책을 불신하는 일반 예금주들이 주별, 월별로 인출한도가 정해진 예금인출을 위해 은행을 찾는 것 외에는 돈을 맡기러 은행을 가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들어 은행에서 인출된 예금은 106억8천만 페소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은행권으로 재유입된 돈은 전체의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100페소가 인출되면 60페소만 되돌아오고 나머지 40페소는 그대로 시중에 나돌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저조한 화폐 회수율로 시중은행들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자 중앙은행이지급준비율을 낮추거나 재할인을 빈번하게 단행하는 것도 거꾸로 시중 화폐유통량을 늘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페소화 평가절하 이후 인플레를 감안할 때 시중유통 화폐가 어는 정도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코랄리토 장벽에 막힌 페소화와 주정부가 발생한 준화폐가 이런 식으로 증가할 경우 초인플레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통화발행을 지속할 경우 초인플레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아르헨 중앙은행은 올해 전체 통화발행 규모를 35억 페소로 계획했으나 이미 지난달 중순까지 33억 페소를 발행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