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급등을 막기 위한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환율방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정부는 수출주도의 경제회복세가 이어질 수 있도록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해 엔화가치 급등을 저지하려 할 공산이 크다고 애널리스트들이 23일 말했다. 자동차 등 수출주력업종이 올 회계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의 평균환율을 달러당 124엔 안팎으로 예측했었으나 재무성은 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22일 오후 도쿄 환시에서 엔화는 달러당 124.71∼124.74엔에 거래됐고 뉴욕에서도 124.17∼124.22엔을 오르내렸다. 이날 미 달러가 엔화에 대해 5개월 반만에 최저치를 보이자 일본은행(BOJ)은 여러차례 시장에 개입해 40억엔 가량을 매각했다. 딜러들은 정부의 시장개입 덕분에 달러가 125엔선을 넘어서는 등 '반짝'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본정부가 엔화 오름세를 꺾기 위해 마지막으로 환시에 개입한 것은 작년 9월달러가 116엔선까지 떨어졌을 때다. 따라서 22일의 시장개입이 123.50엔선에서 이뤄진 것은 달러 하락세가 단기적인 수급불균형에 기인한다고 판단한 일본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의지를 잃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했다. 지난 4월 수출이 13개월만에 처음으로 작년동기대비 증가세를 보인 만큼 일본정부로서는 이같은 기조가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고 적극적인 시장개입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정부의 환시 개입은 "엔화를 떨어뜨리려는 의도에서가 아니었고 그저 오름세를 중단시키고자 했을 뿐"이라고 씨티은행 도쿄 현지법인의 이나무라 히데히코 외환담당 부행장은 지적했다. 미조구치 젠베이 재무성 국제금융국장은 이에 앞서 재무성이 달러-엔 환율동향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금융당국으로서는 명목금리와 인플레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통화불안을 걱정하지 않고도 엔화를 대거 팔아치울 수 있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설명이다. BOJ는 이미 재무성의 입장에 동조, 환율방어목표를 달성키 위해 대대적인 시장개입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해왔다고 외환딜러들은 말했다. 스코틀랜드 로열 뱅크 도쿄 지점의 하나오 고슈케 외환판매팀장은 "경험에 비춰 BOJ의 시장개입 규모는 시장에 영향을 끼칠 만큼 막대할 것"이라며 총액이 200억∼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작년 9월중순 BOJ가 마지막으로 시장에 개입했을 당시 2주간에 걸쳐 3조1천엔을 팔았는데 이는 BOJ의 환시 개입사상 최대규모다. 그 전까지는 99년 4∼6월에 3조엔을 매각한 게 최고기록이었다. BOJ의 3월중 기업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일본기업들은 현 회계연도의 평균 환율을 달러당 124.21엔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들은 123엔선까지는 기업 수익성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나 120엔선 아래로 내려가면 심각한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정부가 엔화가치를 떨어뜨리려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경제지표만으로 보면 달러 약세가 더 빠르게 진행되리라는 전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음달 7일 나오는 일본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간 증가율로 환산한 미국의 5.8%를 능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