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일부 벤처캐피털 회사의 임직원들이 횡령,주가조작,뇌물수수 등으로 잇따라 구속된 데다 국세청 등 정부당국의 업계에 대한 조사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창투사 등록증을 반납하는 회사가 속출하고 인수합병(M&A)이 진행되는 등 업계 구조조정도 본격화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잡음 및 사건들='정현준 게이트'를 비롯 벤처비리 관련 게이트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때마다 벤처캐피털들은 '연루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부 비리사건과 관련해선 벤처캐피털회사가 구체적으로 거명되며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음해성 루머로 드러나고 있지만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999∼2000년 벤처붐에 편승해 극에 달했던 벤처캐피털 설립과 '묻지마 투자'가 뒤늦게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당시엔 창투사를 설립하는 게 유행이었다. 99년엔 26개,2000년엔 65개의 창투사가 문을 열었다. 대기업,코스닥기업뿐만 아니라 사채업자들도 창투사 설립에 뛰어들었다. 1백억원만 있으면 창투사를 설립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처거품이 꺼지자 벤처캐피털들은 살아남는 게 급했다. 각종 변칙을 동원한 투자행태도 그래서 생겨났다. 올들어 불거진 O사의 횡령,K사 간부의 뇌물수수,M사 간부의 작전가담,J사 대표의 횡령 등은 이같은 일탈 투자를 반영하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엔 누가 구속될 것'이라는 등의 얘기가 업계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서울지방검찰청이 58개 벤처캐피털의 1백15개 투자조합의 불법운용 여부를 수사한데 이어 최근엔 국세청까지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일부 회사들의 비리 및 불법사실이 적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폐업,전업,M&A=게다가 최근엔 코스닥 등록심사 강화로 투자금 회수가 여의치 않고 보유주식매각제한(로크업) 규제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벤처캐피털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압박을 못이긴 회사들은 아예 문을 닫고 있다. 중기청은 "에이원창업투자,인베스텍창업투자,그래닛창투,씨티코프캐피탈코리아 등 4개사가 등록증을 반납했으며 반납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도 4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기청 관계자는 "6월부터는 투자행위 제한규정이 강화되기 때문에 창투사를 포기하는 회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선발 창투사 가운데 하나인 기은캐피탈의 경우 이달중 신기술금융사로 전업할 예정이다. M&A에 따른 대주주 변동사례도 늘고 있다. CBF기술투자(옛 부산창업투자)의 경우 지난달말 인터바인M&A에 인수됐다. 이에 앞서 국민창투와 프론티어인베스먼트,새롬벤처스와 브이넷창업투자가 합병하기도 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