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회 개막을 앞두고 국내 주류업체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가 축제 분위기에 빠질 이번 대회 기간 국내 소주, 양주 시장에는 찬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맥주 업체들은 이른바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차이는 국내 주류시장의 독특한 판매 구조에서 비롯된다. 맥주는 가정용과 업소용이 균등하게 팔리는데 비해 양주와 소주는 거의 업소 판매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의 90% 가량이 룸살롱 등 유흥주점에서 팔리는 양주 업계에는 `월드컵한파'가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양주업계 선두업체인 진로발렌타인스 관계자는 "아무래도 축구경기를 보려고 일찍 귀가하거나 경기장을 찾는 주당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양주판매량은 뚝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것 저것 궁리는 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속만끓이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 회사는 궁여지책으로 월드컵이 끝나는 6월말까지 전국 40여개 특급호텔 바에서 주로 외국인 방문객들을 상대로 월드컵 프로모션을 벌일 예정이다. 이 행사는 발렌타인사 로고 등으로 장식된 특급 호텔 바에서 소규모 콘서트를열고 미니어처 양주(용량 50㎖)와 홍보용 라이터 등의 경품을 나눠주는 것인데 회사측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는 눈치다. 양주 만큼은 아니지만 소주 판매량도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동안 적지 않게 줄어들 것으로 소주회사들은 걱정하고 있다. `참이슬'로 국내 소주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진로[00080] 관계자는 "소주를 가정에서 마시는 애주가도 일부 있으나 업소 판매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면서 "월드컵대회가 시작되면 소주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로는 이번 대회 기간 서울 시내 대형 갈비집 3-4곳을 통째로 빌린 뒤 `축구중계용'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 주당들이 소주를 마시면서 월드컵 축구 경기를 함께즐길 수 있는 장소로 운영할 계획이다. 양주, 소주 등 독주를 파는 회사들이 이처럼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맥주회사들은 상당히 여유 있는 분위기다. 하이트맥주[00140]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맥주판매량의 49%가 가정용이었다"면서 "게다가 월드컵 대회 기간이 연중 맥주 성수기여서 판매량이 크게 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OB맥주는 오히려 이번 대회 기간 20% 정도의 매출 신장을기대하고 있다. OB맥주 관계자는 "지난 프랑스 월드컵 당시에도 프랑스 국내 맥주 판매량이 10%이상 늘었다"면서 "축제에 어울리는 맥주의 특성과 가정용 맥주 판매 증가 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월드컵 특수가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보였다 이 회사는 맥주 애호가들이 월드컵 축구 중계와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형 멀티비전이 설치된 전국 200여개 호프집을 선정, 축구장 분위기의 스탠드형 좌석과 배너 등의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