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은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 대비하려는 선제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경우 기업들은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설비투자를 준비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회사채 금리가 오르는 등 자금시장에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 기업의 경기 기대감 매우 높다 전경련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전망 BSI)는 작년 12월 101.3으로 기준치(100)를 넘어선 이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140을 넘어서는 등 경기 전망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수출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감 역시 좋은 편이다. 지난 4월 수출이 처음으로 증가세(9.7%)로 반전했고 기업들의 수출 BSI도 5월중 123.1로 높게 나타났다. 앞으로 수출경기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얘기다. ◆ 회사채 발행 증가세 빠르다 지난 7일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리기 전부터 기업들은 금리 인상에 대비, 회사채 발행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 4월의 경우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금액(자산유동화증권 포함)은 4조2천80억원으로 상환액 4조1천1백62억원보다 9백18억원이 더 많았다. 기업들은 지난해 9월 이후 회사채를 새로 발행하기보다는 상환하는데 주력해 왔다. 지난해 11월의 경우 회사채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1조7천여억원 많았고, 12월 2조3천여억원, 1월에도 2조4천여억원 많았다. 그러나 지난 2월 회사채 순상환액이 1천8백95억원으로 줄어들더니 3월에는 6백33억원으로 감소했고 4월에는 처음으로 신규 발행액이 상환액을 초과했다. ◆ 시장금리는 이미 오르기 시작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14일 연 6.24%로 작년 10월 말에 비해 1.27%포인트 올랐다.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신용등급 AA- 기준)도 연7.02%로 작년 10월 말(6.59%)보다 0.5%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국고채의 상승폭에 비해서는 움직임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경기 회복에 대비한 기업들의 자금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회사채 금리는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 국제 채권시장도 동조화 현상 최근 국제 채권시장에서도 회사채 발행 규모가 국채시장을 능가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 조사에 따르면 1998년 국제 채권시장에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37.4%까지 올라갔으나 지난해는 30.1%로 급락했다. 반면 이 기간중 회사채 점유율은 27.6%에서 29.7%로 증가, 국채와 맞먹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으나 올해 들어서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져 4월 말 현재 회사채 점유율이 국채를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것은 최근 세계 증시가 부진함에 따라 주식시장이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기업어음(CP) 시장마저 얼어붙어 회사채 발행 규모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올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회사채를 통화조절 수단으로 직접 사용할 조짐을 보이고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회사채 발행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