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사업팀은 삼성종합기술원에 모니터의 표준컬러 재현기술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니터에 나오는 적녹청의 컬러가 균일하지 않아 선명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기술원 멀티미디어랩의 김창용 박사팀은 문제해결을 위해 6시그마 경영기법중 제품 양산전에 적용되는 'DMASV 방법론'을 적용했다. 먼저 과제의 목표수준을 정하고(Define), 수차례 모니터의 색차를 측정(Measure)했다. 이어 결과를 분석(Analysis)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검증(Design Verify)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김 박사팀은 삼성전자 사업부와 고객의 불만사항부터 컬러재현기술의 로드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게 공유했다. 6시그마 프로젝트에 매달린지 3개월만에 김 박사팀은 하드웨어적인 문제점을 보완해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 결과 모니터의 색차는 기존의 '-0.93시그마'에서 '2.39시그마'로 개선됐다. 이로 인한 성과를 금액으로 치면 연간 1백98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종합기술원 손욱 원장이 지난 99년 부임하면서 "연구개발에도 품질이 있다"며 "그 품질을 6시그마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6시그마 경영운동'에 돌입하는 순간이었다. 손 원장은 지난 96년 삼성SDI 대표로 재직하던 당시 삼성그룹내에서 처음으로 6시그마를 도입한 주역이기도 하다. 손 원장은 가장 먼저 연구프로세스를 고객중심으로 혁신시켰다. 이를 통해 △과제 목표를 수립할 때 이정표를 명확히 설정해 목표지향적인 연구를 할 것 △기획단계를 보강해 한번 착수한 과제에 대해서는 변경을 최소화할 것 △기술이전 단계를 보완해 과제 완료전부터 기술이전을 미리 준비해 연구품질을 향상시킬 것 △모든 연구과제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공유할 것 등의 연구프로세스 원칙도 이때 만들어졌다. 또 모든 연구개발을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과 연계해 국내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정형화된 연구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와 별도로 삼성기술원은 6시그마를 전사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 99년부터 전사원이 의무적으로 '화이트벨트' 자격을 취득토록 했다. 지난해에는 프로젝트매니저와 테크니컬 리더들의 '그린벨트' 취득을 의무화하고 올들어서는 전문연구원 또는 대리급 이상의 사원들에게 '그린벨트' 취득을 의무화하는 등 고급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기술원이 6시그마를 추진한 이후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고객의 CTQ(고객관점에서의 품질)를 만족시키기 위한 고객지향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행중인 연구과제 60건이 기술적 로드맵에 따라 수행되고 있으며 이중 80%는 관계사와 전략을 공유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또 나머지 20%는 관계사 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