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에미리트계 대주주인 IPIC의 금융지원으로 위기를 넘긴 현대오일뱅크가 경영진 교체후 기존 정유업계와는 다소 차별화된 경영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의 가장 달라진 점은 과잉공급을 막기 위해 작년말부터 가동률을 과감히 낮춘 것으로 최근에는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기존 정유업계는 막대한 시설비가 들어간 정유공장을 놀리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데다 시장점유율을 의식, 가급적 정상가동하는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올들어 가동률을 66% 수준으로 낮추고 있으며 이는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대오일뱅크는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적지않은 비용이 들더라도 원유도입에 따른 외환 리스크를 100% 방어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신방호 재무부문장은 올들어 원유도입 때 선물환 거래 등을 통해 환리스크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대오일뱅크에서 헤징에 드는 비용은 연간 3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다소 비용이 드는 측면이 있지만 정유사들이 매년 거액의 환차손으로 재무구조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한다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정유업계의 막내인 현대오일뱅크가 기름값 변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지난 3월말과 4월말 정유사들이 일제히 기름값을 올렸을 때 현대오일뱅크가 앞장섰다. 과거에는 시장 지배력이 큰 대형사가 먼저 값을 올리면 나머지 회사들이 따라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서 사장은 "원유비, 수송비, 정제비 등의 원가를 엄격히 따져 가격을 매긴다는 게 원칙"이라면서 "타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올리거나 내려야할 요인이 생기면 과감히 가격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또 과장급 이상 간부급 이상만 연봉제를 실시하는 타 정유사와는 달리 이르면 오는 6월말부터 전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시행할 방침이며 스톡옵션도 도입할 계획이다. 서 사장은 ADL의 경영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추가 구조조정 실시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오일뱅크는 올들어 지난 4월까지 600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올해 과거 최고치인 870억원을 초과하는 이익을 낸다는 목표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