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통화시장에서 그간 떨쳐온 달러의 위세가 불어나는 무역적자에 크게 기인하는 미국의 경상적자 확대로 인해 마침내 종말을 고할 상황인 것 같다고 전문가들이 6일 지적했다. 이들은 `강한 달러'의 지지대가 돼온 대미 자본유입이 미채권 매입 열기가 식고기업 인수합병이 시들해진데 영향받아 감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엔론 스캔들을 계기로 미기업의 회계관행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도 미국에 대한 자본 유입을 주춤하게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달러의 위세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8월 또는 그 이후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기조가 어느 정도는 뒷받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상적자는 지난해 4천174억달러에 달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수석통화전략가 로버트 신체는 "지난해 미채권 투자가 호조를 보였다"면서 그러나 "미기업의 신규 채권발행이 감소되면서 열기가 식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기업 인수합병이 감소되고 미기업 회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도 대미 자본유입을 주춤하게 하고 있다면서 "이것들이 하나씩 달러 기조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체는 미국의 경상적자가 불어나면서 "하루 10억달러 이상의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돼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달러의 위상이 조금씩 무너지는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의 대달러 환율이 연말께 유로당 96센트까지 상승하게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어쩌면 1대1 동등환율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것이 오래 지탱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는 6일 91.50센트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이 지난 1일 강한달러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말한 것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수출업계는 강한 달러 때문에 수출 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미 정부가 환시장에 개입토록 압력을 가해왔다. 시카고 소재 몬트리올은행의 폴 퍼를리 연구원은 "괄목할만한 생산성 증가가 그간 달러를 뒷받침해왔으나 달러가 너무 고평가돼있다는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미국의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경기 전망이 밝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퍼를리는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FRB가 오는 8월께 금리를 올리면 달러 문제가 일시에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퍼를리는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기조가 뒷받침돼더라도 어느 시점이 되면 달러 가치가 또다시 하락할 것"이라면서 "달러가 환시장 조정에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위르겐 피슐러 연구원은 "달러에 대한 우려가 금융계 및 당국 쪽에 함께 확산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미국의 경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경상적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연평균 3.0-3.5%의 성장을지속하더라도 지금처럼 달러가 고평가된 상태에서 향후 5년 안에 경상적자가 두배로 불어날 수 있다"면서 "이런 점을 투자자들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슐러는 "현재 세계 환시장에 디플레이션 위험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달러의 오랜 위세가 마침내 무너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욕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