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자동차와 엔진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한 것은 기술 수준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국내 자동차 회사가 해외 유수기업에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현대차는 이로써 엔진분야에서 '독립'을 달성하면서 이를 '역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날 조인식에서 크라이슬러의 디터 제체 사장은 "엔진 합작은 향후 더 큰 합작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미쓰비시-현대차라는 글로벌 제휴속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역할이 갈수록 커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엔진 공유는 특히 핵심부품 공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국내 부품업체들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이번 제휴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제의로 이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임러측은 그동안 주로 미쓰비시를 통해 중·소형차 시장 전략을 구사했지만 높은 원가부담과 판매 부진으로 고전해왔다. 세브링 스트라투스 등 크라이슬러의 중형급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미쓰비시 일리노이 공장의 경우 1999년 이후 판매실적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다임러는 이에 따라 이미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은 EF쏘나타 시리즈 엔진을 도입해 수억달러에 달하는 개발비를 줄인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관측된다. 다임러와 미쓰비시는 현대차로부터 엔진 기술을 받아 향후 각사의 지역별 수요 특성과 판매전략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형해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합작법인 설립으로 3사는 연구개발(R&D),생산기술,엔진부품,생산장비 공동구매 등을 포함해 많은 부문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엔진의 R&D 및 생산 부문에 각사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 기술을 투입,품질이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진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현대차는 보고 있다. 김동진 사장은 "3사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3사는 합작법인에서 개발한 엔진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게 된다. 현대차가 2004년 3월,다임러는 2005년 6월,미쓰비시는 2006년 3월부터 생산에 들어가 각사 승용차에 장착할 예정이다. 생산 규모는 자동차 업계 공동 개발 엔진으로는 세계 최대인 연간 1백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3사는 조만간 북미지역에서 신형 엔진을 공동 생산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합의했다. 또 향후 협력범위를 엔진뿐 아니라 기어 차축(axle) 등 일반 부품에까지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