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호전지표'들이 급감하고 있다. 연초 7대3 정도로 압도하던 '장밋빛 지표'들이 최근 들어 '악화지표'들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8%로 예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향후 경제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악화지표 급증=최근 잇달아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중 연초에 비해 호전속도가 둔화되거나 오히려 악화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은 실업률. 미 노동부는 4월 실업률이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치(5.8%)보다 크게 높은 6.0%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지난 1994년8월이후 거의 7년 반만의 최고치다. 실업률과 같은 날 발표된 4월 ISM(공급관리자협회)서비스 지수가 55.3을 나타냈다. 이 또한 월가의 예상치(57.0)를 크게 밑돌았다. 실업률과 ISM서비스지수의 악화는 미국경제가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연구단체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도 악화추세다. 소비자들의 향후 지출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이 지표는 지난 1월 97.8에서 3월 110.7로 급등한 뒤 4월에는 108.8로 하락했다. 미시간대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도 전달(97.7)보다 떨어진 93.0을 기록,1월지수(94.2)를 밑돌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를 탔던 ISM 제조업지수도 4월에는 전달(55.6)보다 크게 하락하며 53.9로 밀렸다. 3월 공장수주액은 전달 대비 0.4% 늘어난 3천1백85억달러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증가폭은 전달(1.6%증가)보다 크게 줄었다. ◆엇갈리는 경기전망=3일 뉴욕증시에서는 실업률과 ISM서비스지수가 크게 악화되자 개장초 다우지수가 1백포인트 떨어져 다시 10,000선이 붕괴됐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미 경제의 불투명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얼마전만 해도 호전지표가 압도적이었으나 이처럼 다시 악화지표가 맹위를 떨치면서 미 경제 전망도 한층 불투명해지고 있다. 각종 지표에 대한 기관 및 전문가별 전망치가 엇갈리게 발표되는 것도 향후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3월중 공장수주액이 0.4% 늘어난 것으로 공식발표했지만,전문가들의 예상치는 -1∼1.1%로 폭이 매우 넓었다. 실업수치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27일까지의 1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자수는 전주 대비 1만명이 줄어들며 5주 남짓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지만,4월 해고자수는 전달보다 10% 증가한 11만2천6백여명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실업률 악화 등을 이유로 미국 경제가 빠른 시일내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