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잘 어울리는 민간 경제단체가 있다. 바로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부산 이업종교류연합회다. 서로 다른 업종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어려운 점을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일종의 `두레'와 같은 조직이다. 지난 93년 4월 같은 소규모 이종업교류 모임들이 한데 뭉쳐 사단법인 형태로 출범했다. 현재 협우회와 금진회,PLG회 등 21개 업종모임 260개 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법적으로 가입이 의무화된 단체도 아닌 부산이업종교류연합회에 이처럼 많은중소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기술력과 정보력 등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줄 동반자들이 많아 기업경영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두경 연합회 회장(신일전기㈜대표)은 "다양한 업종의 회원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업체가 필요한 기술이나 소재 등에 관한 정보를 원할 경우 다른 회원들이 나서서 도와주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 특히 회원사들이 서로의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시킴으로써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업종 교류의 매력이다. ㈜대통화학 등 5개 업체는 작년에 합작법인을 세워 공동연구끝에 기존 제품보다공간을 훨씬 적게 차지하면서도 견고하고 나무의 성장에도 해를 주지 않는 새로운 가로수 버팀목을 개발해 실용신안을 취득했다. 또 한국ABM건설㈜ 등 4개 업체는 전문분야별로 역할을 분담해 높은 천장에 달린전등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장치인 `Auto Lift System with Contriller'을 개발해냈다. 이밖에 타코스 등 6개 업체가 지난 87년 힘을 합쳐 유럽제품에 비해 무게가 절반에 불과한 차량바퀴 잠금장치를 개발, 수출 길을 연 것도 이업종 기술융합의 대표적인 사례다. 회원업체의 어려움을 다른 회원업체가 나서서 해결해주는 경우도 많다. 공업용 접착제 생산업체인 명성산업은 회원업체인 우주정밀이 외국에 수출하는 응원용 나팔의 접합부위가 충격에 떨어지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새로운 접착제를 개발,이를 해결해주었다. 또 이륜차 반사경에 사용되는 사출성형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부산플라스틱은 회원업체들의 도움으로 유럽연합 형식승인을 획득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부산이업종교류연합회는 회원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아시아 이업종교류회 개최(99년 11월),동명정보대와 산학협정 체결(2000년 6월),일본 전문가초청 단기기술지도(2000년 11월),부설 경제연구소 설립(99년 4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10년의 역사를 쌓은 올해는 회원업체들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한층 높여 신기술개발 및 기술융합에 주력할 계획이다. 박두경회장은 "일본의 경우 13만개가 넘는 업체가 참여, 한국의 20배를 넘고 있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고 지역내 교류는 물론 국제협력을 통해 수출입증대와 투자유치 등에 적극 활동하고 있다"며 " 우리나라도 제조업중심의 이업종 교류를 전업종으로 확대하고 지역상공회의소에 지원체계 구축, 기술융합화 자금지원 확대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기자 lyh9502@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