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업소 경비원에서 대기업 총수로,그리고 실패한 CEO로.' 미국 2위 장거리통신업체 월드콤의 버나드 에버스 CEO(60)가 지난달 30일 불명예 퇴진했다. 이날 사외이사들은 회사가 실적악화와 주가폭락으로 부도위기에 몰리자 창업주인 에버스를 몰아냈다. 사외이사들의 대반란이었다. 그는 분식결산여파로 최근 도산한 대형에너지업체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에 이어 두번째 CEO 몰락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의 퇴진을 '깨진 아메리칸드림'으로 표현했다. 과도한 M&A와 무리한 사업확장이 패인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그의 아메리칸드림이 시작된 때는 1983년. 우유배달원과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전전하던 에버스는 LDDS라는 조그만 통신서비스회사를 세웠다. 90년대 IT붐을 타고 주가가 급등하자 M&A로 덩치불리기에 나섰다. 95년 윌텍네트워크를 25억달러에 인수한 후 회사명을 월드콤으로 바꾼 뒤 이듬해 1백40억달러를 주고 MFS커뮤니케이션을 사들였다. 98년에는 MCI를 4백억달러에 매입,통신업계 세계최대 M&A 기록을 세웠다. 75건의 M&A로 실현된 그의 아메리칸드림은 그러나 IT 거품붕괴와 함께 깨지기 시작했다. 99년말 62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지금 2달러선에 불과하다. 미 경기후퇴와 IT 거품붕괴로 매출과 이익이 급감한 탓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분식결산 의혹까지 제기되자 에버스는 결국 실패한 CEO가 되고 말았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