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우리 회사는 그런 것 몰라요.' 중소제조업체의 생산직 인력난이 심각한 가운데 인력난을 모르는 기업들이 있다. 직원 복지에 남다른 신경을 쓰는데다 노사가 서로 한가족으로 느끼고 있어 이직률이 거의 없다. 인쇄용 점착라벨 용지를 생산하는 경기도 김포의 남미인더스트리. 이 회사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정년인 56세를 채우고 퇴직한다. 퇴직하더라도 촉탁으로 남아 계속 근무한다. 그만큼 회사를 떠나지 않고 오랫동안 일한다는 말이다. 현재 1백여명의 생산직 근로자 가운데 20여명이 2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다. 회사에서 15분 떨어진 거리에 20∼30평형 아파트 25채를 마련,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근로자들은 가족과 함께 5년간 살 수 있다. 5년 동안 돈을 모아 자기 집을 마련하라는 회사측의 세심한 배려다. 이 회사는 다음달 1일 근로자의 날에 행운권 추첨 행사를 갖는다. 전 직원이 참여토록 해 한가족임을 느끼게 한다는 방침이다. 각종 취미활동과 봉사활동도 회사측에서 장려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직원들은 이를 통해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남미인더스트리의 김준형 사장은 "재미(fun)를 기업문화로 삼고 있다"며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날려버려야 새로운 일에 정열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충북 진천군 소재 백산OPC의 생산직은 거의 30세 미만의 젊은이다. 레이저 프린터기의 핵심부품인 드럼을 생산하는 이 회사의 생산직 사원은 90명. 이중 85%가 30세가 안된다. 특히 공장을 24시간 2교대로 가동하고 휴일이 한 달에 이틀밖에 안되는데도 젊은 층이 많다는 건 이례적이다. 이는 임금도 다른 곳보다 조금 높지만 회사가 직원에게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독신자를 위해 20평형 아파트 10채를 마련했다. 한 아파트에 3명씩 묵고 있다. 하루 세끼는 모두 회사가 제공한다. 외국인 근로자 7명도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2년째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범형 사장은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의 고충을 파악해 해결할 줄 알아야 한다"며 "노사가 한마음이 되면 인력난은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