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지털 TV시장의 패권을 놓고 한국과 일본업계의 한판승부가 본격화되고 있다. 양국의 주요 전자업체들이 올들어 시장선점을 노리고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하고증산에 나서면서 이른바 `디스플레이 대전(大戰)'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 LCD TV 시장 한국 `돌풍' = 18일 업계가 입수한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 자료에 따르면 일본 샤프의 독무대인 LCD TV시장에서 LG전자[02610]와 삼성전자[05930], LG필립스LCD 등 국내 전자업계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료에 따르면 작년 4.4분기 LCD TV 시장점유율은 출하량 기준으로 샤프 70.5%,파나소닉 15.7%, LG전자 10.4%, 삼성전자 2.1% 순으로 일본업계(86.2%)가 한국업계(12.5%)를 완전 압도했다. 그러나 올 1.4분기 일본업계의 점유율은 샤프 61.5%, 파니소닉 11.7% 등 총 73.2%로 축소된 반면 국내업계는 LG전자 17.6%, 삼성전자 7% 등 24.6%로 급격히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TV용 LCD 패널시장에서도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의 성장이 주목된다. 작년 4.4분기 샤프 55.6%, 마쓰시타 21.9% 등 77.5%를 기록했던 일본업계는 올 1.4분기 샤프61.2%, 마쓰시타 9.8% 등 71%로 점유율이 낮아졌다. 반면 국내업계는 작년 4.4분기20.1%(LG필립스LCD 16.9%, 삼성전자 3.2%)에서 1.4분기 27%(LG 18.4%, 삼성 8.6%)로도약했다. 양국 업계간 접전은 당장 미국시장에서 불붙을 전망이다. 샤프는 올들어 미국 LCD TV 매출을 작년대비 3배(2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 아래 13, 20, 30인치 LCD TV를출시하고 도시바도 6월부터 미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15인치에서 40인치에 이르는 화려한 라인업을 갖춘 삼성전자는 올해 LCD TV 50만대 판매를 목표로내달중 미국에서 대규모 런칭로드쇼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 PDP TV 증산경쟁 = 차세대 TV의 또다른 축인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TV는 아직 시장형성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양국간 경쟁이 벌써 불붙었다. 시장점유율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추정자료에 따르면 작년 모듈생산을 기준으로 볼 때 일본 FHP(후지쓰-히타치 플라즈마디스플레이)가 월 4만1천대로 최대 생산량을 과시했지만 다음으로 국내업체인 삼성SDI(3만1천대)와 LG전자(3만1천대)가 발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오니어(1만5천대), 마쓰시타(1만4천대), NEC(1만1천대)가 그 뒤를 잇고있다. 양국 업계는 월드컵대회를 분수령으로 PDP TV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 대대적인 증산에 나서고 있다. FHP는 올해 150억엔, 마쓰시타는 500억엔, NEC는 300억엔을신규투자, 월간 PDP TV 생산량을 기존대비 30∼50% 증가할 계획이며 마쓰시타의 경우 7월부터 중국 현지생산도 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는 올해 5만대 수준의 판매를 예상하고 있지만 앞으로 5년간 PDP.LCD TV를 포함한 설비투자에 1조5천억원, 연구개발(R&D) 분야에 8천억원을투자한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LG전자는 올해 판매목표를 작년대비 4배 이상 늘어난 12만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잡고 브라질에 연산능력 3만대의 PDP TV 전용라인을 설치하는 것을 비롯, 해외 1∼2곳에 PDP TV 현지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 LCD냐, PDP냐 = 차세대 TV시장을 놓고 국가간 경쟁뿐만 아니라 LCD와 PDP간의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다. 두가지 TV 모두 기존 브라운관 컬러TV를 교체하는 `벽걸이용 TV'로 각광받고 있지만 각각 장단점이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LCD TV는 화질과 선명도에서 PDP보다 월등하지만 가격이 배 이상 비싸고 40인치이상 대형화면 양산이 쉽지않은 점이 단점. PDP TV는 다소 성능이 떨어지지만 40∼60인치 대형화면 시장에서는 단연 강자여서 업계에서는 두가지 TV를 `경쟁'이 아닌 `보완'관계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LCD와 PDP의 영역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경쟁구도로 변화할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LCD TV가 40인치 모델이 나오면서 `확대지향'적 개발추세를 보이는 반면 PDP TV는 32, 37인치 모델 출시로 오히려 화면크기가 작아지는 추세여서 30∼40인치 시장에서 양보할 수 없는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형성 면에서는 화면크기가 작은 LCD TV가 앞서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따르면 작년 한해 디스플레이별 TV시장에서 출하량기준으로 LCD TV는 0.39%의 점유율을 차지한 반면 PDP는 0.22%에 그쳤고 올해도 LCD(0.88%)와 PDP(0.47%) 격차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워낙 시장규모가 아직 작은 터라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게 중평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