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9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정보통신(IT) 업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전자제품 생산전문기업(EMS)의 확산을 통한 전자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산업자원부는 17일 EMS의 국내 확산을 위해 산업기술재단 주관으로 오는 6월말까지 연구.용역을 실시,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이달중 전자.정보통신업체를 중심으로 `EMS기업 협의회'를 구성해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MS는 전자제품 생산을 위탁받아 자사 상표없이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는 달리 전세계를 상대로 한 다품종 다량생산체제이며 일부 설계 등까지 수행하면서 대량구매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산자부는 아울러 KOTRA 등과 협력, 해외EMS의 납품업체 등록을 희망하는 국내전자부품 업체들을 대상으로 등록대행, 해외규격인증 등을 일괄지원하고 종합상사가 부품업체를 대신해 해외EMS와 장기납품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 해외 EMS 업체에 대한 투자유치 활동을 강화하고 국내 중소.벤처기업을 금형, 설계, 생산 등 공정별로 연계해 `EMS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전자산업진흥회에 지원기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산자부는 EMS가 확산되면 공장 해외 이전에 따른 국내 전자산업의 공동화를 막고 중소.벤처기업의 시제품에 대한 생산인프라가 구축되는 한편 완성품 메이커와 부품업계간의 수평적 협력관계 확대 등을 통해 산업 구조 고도화와 경쟁력 제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기존 전자업체들이 핵심역량을 연구개발 및 마케팅 등에 집중하고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작은 생산을 분리,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태동한 EMS가 확산되면서 전자산업의 경쟁력이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 추세 및 국내 현황 = 지난해 전세계 EMS 시장은 컴퓨터, 통신기기 등을 중심으로 총 1천780억달러로 추산되며 2004년에는 2천600억달러로 확대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전문기관은 2010년쯤에는 IT분야 하드웨어 생산의 절반이상을 EMS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지난 2000년 기준 EMS 시장 규모 역시 미국(755억달러)이 가장 크고 유럽(400억달러) 등이 그 뒤를 잇고있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EMS인 솔렉트론과 플렉스트로닉스는 각각 매출 규모가 이미 100억달러를 훨씬 넘었으며 이 기업들은 세계 주요 거점에 공장을 운영하면서 노키아, 인텔, 시스코 등으로부터 수주한 컴퓨터, 정보통신 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IBM 등 완성품 업체들도 자체 공장을 매각하면서 EMS 이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일본도 민간 업체를 중심으로 최근들어 EMS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아직 도입 준비단계 수준이라는 게 산자부의 판단이다. 삼성전자 등 대형 업체들은 해외동향을 분석, 대응방안을 수립중이지만 자체 생산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 소극적인 입장이다. 다만 중견업체를 중심으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경우 브랜드 역량의 한계 등을 감안해 EMS 업체로의 변신을 추구하고 있고 한국컴퓨터는 작년초 EMS사업부를 신설했으며 한주에스엠티, 뉴인포시스템 등도 EMS 전문업체로의 사업화를 추진중이다. 삼성전기의 경우 미 솔렉트론에 납품업체로 등록, 올해 402억원가량을 납품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