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 원유금수에 따른 부족분을 추가생산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원유시장의 불안감이 급속히 진정되고 있다. 이라크의 원유금수조치에 이어 이란도 수출중단을 경고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발표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9일 일제히 하락세로 반전됐다. 이에 따라 이번 중동사태 여파로 오일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사우디 증산키로=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9일 "이라크 수출중단에 따른 원유부족분을 메울만큼 충분한 양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우디는 국제원유시장에서 적당한 공급과 가격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피메트USA의 선물중개인인 마이클 피츠파트릭은 "이라크가 수출중단을 위협할때마다 사우디가 부족분을 채워주곤 했다"며 "이런 조치로 사우디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서방국가들을 도와왔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방침 발표에 앞서 악바르 네마톨라히 이란 석유부 대변인은 "이란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이스라엘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원유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기 위해 중동산유국가들이 친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석유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국제유가 하락세 반전=이라크의 원유금수로 크게 올랐던 국제유가는 사우디의 증산발표로 하루만에 크게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 거래된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런던시장의 브렌트유 선물가격도 9일 장중 3%이상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설령 이란이 이라크와 함께 금수조치를 취한다해도 사우디의 증산방침으로 유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유가영향력도 예전보다는 크게 약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영국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의 존 스태니스로 소장은 "중동사태가 악화돼 유가가 30달러까지 단기급등한다 해도 조만간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스라엘이 9일 팔레스타인 자치구 2개 도시에서 철군을 완료함으로써 중동지역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유가불안감을 완화시켜 주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