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원유수출 중단조치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유가불안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경영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유가상승이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변화를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나 정유.석유업계나 항공업계 등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들의 경우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은 아직 '비상체제'를 가동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나 국제유가 불안이 장기적으로 경기회복에 '암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삼성은 올해 경영계획에서 국제유가를 배럴당 27달러 수준으로 잡았기 때문에 현재의 유가수준이 경영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진단하고 있으나 유가 폭등세가 현실화될 경우 원가상승 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에따라 유가변동을 예의 주시하면서 유가 영향이 큰 석유화학업종 및 수출관련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응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LG의 경우도 국제유가 불안이 아직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경영전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예상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경우 중동지역 불안에 따른 원유수급의 안정을 위해 장기물량 확보및 원유 도입선 다변화 등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SK㈜는 국제유가 모니터링체제를 강화하고 원유수급 차질 등 문제가 생길 것에대비해 장기공급 물량의 우선권 확보를 위한 작업에 나서고 원유 도입선도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항공업계는 이라크의 원유생산 중단조치에 대해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장기적으로 유가상승이 계속될 경우 경영에 적잖은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싱가포르 항공유 시장 기준시가가 갤런당 66센트로 올초 사업계획산정가 76센트보다 여전히 낮은데다 지난 1월 헤지 차원에서 스위스계 에너지.농산물 중개업체인 글렌코사와 52센트에 2천500만개럴의 스와프계약을 맺어 유가 급등에대비했고 아시아나항공도 올초 SK와 배럴당 22달러에 150만배럴 규모의 고정가격 구매계약을 체결해 유가상승에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이라크의 원유생산 중단이 주변 아랍 산유국에까지 여파를 미쳐 유가가 상승세를 탈 것에 대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추가 항공유 도입분의 헤지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계는 휘발유 가격과 자동차 구매의 상관관계, 생산단계에서의 유류 투입 비중 등이 모두 낮은 편이어서 판매 및 생산비 상승 등에는 아직은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유가가 폭등할 경우에는 아무래도 자동차를 사려는 고객들이 구입시기를 미루겠지만 단순히 오름세이거나 불안할 경우에는 영향이 별로 없으며, 오히려 차 운행횟수를 줄이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