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獨 '블랙리스트 제도' 연방으로 확산 ]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주도인 쾰른시는 나치의 잔재를 털고 새 독일을 이끌었던 아데나워 대통령이 정치적 기반을 마련한 곳. 최근 이곳에서 쓰레기소각장 및 공공체육관 건설과 관련된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이 터져 나와 주정부는 물론 연방정부가 직접 조사에 나서는 등 독일 전체가 정치자금 비리로 들끓었다. 독일 정부는 이에 따라 헤센주와 뮌헨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운영되던 '블랙리스트' 제도를 전국에 도입하는 처방을 제시했다. 뮐러 독일 연방경제장관은 "한번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기업은 앞으로 독일전역에서 어떠한 공공사업도 수주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리스트'는 이미 전세계에서 그 위력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독일 헤센주의 경우 지난해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30여개 기업의 명단을 공개했다. 물론 이 자금을 불법 수수한 정당과 관료, 정치인의 명단도 동시에 만천하에 드러났다. 세계은행(World Bank)도 50개 이상의 기업이 거론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한번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기업들은 세계은행이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어떤 프로그램과 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비엔 국제투명성기구(TI) 독일지부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불법 정치자금과 싸울 최고의 무기인 '블랙리스트' 도입에 정부와 시민, 기업이 힘을 합칠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킨더만 뮌헨대 교수도 "독일은 그동안 불법정치자금을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시스템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져온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강한 권력을 쥔 사람들이 한번 불법자금의 유혹에 넘어가면 아무리 훌륭한 제도들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존의 정치자금법이나 정당법, 선거법 등이 정치자금의 흐름을 아무리 효과적으로 통제한다 하더라도 법망의 허점은 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블랙리스트 제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클링게만 자유베를린대 교수는 "확실한 증거없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간 정치인과 기업이 잘못도 없이 사회에서 배척되거나 파산할 수도 있는 만큼 리스트 작성에 신중해야 한다"며 "사법부가 블랙리스트 작성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대상선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를린.뮌헨=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