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4일 콜금리를 현수준(4%)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앞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박승 한은 총재도 이날 간담회에서 "경기가 부력(浮力)을 받아 회복되고 있음을 확인해야하며 금통위 발표 문안을 통해 (금리 인상의) 신호를 준 만 큼 앞으로 시장이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 회복 등 경기가 확실히 부양됐음을 확인한 다음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혀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기 회복 상황 더 지켜봐야 한은은 이날 별도로 배포한 자료를 통해 그간 '완화'였던 정책기조를 '중립'으로 바꿨음을 분명히했다. 지난해 1월 5.25%였던 콜금리를 9월18일 4%로 인하, 유지함으로써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완화 정책을 폈으나 앞으로는 경기 상황을 지켜보자는 '중립'기조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경기 회복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확실하게 경기가 부양됐고 과열기미를 보인다고 인정할만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뜻이다. 박 총재는 "지난 2년간 심각한 불황과 실업에 시달렸던 만큼 경기가 적정 수준까지는 부양돼야 하며 그 이후에 문제가 나타나면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은행 대출을 받아 부동산.주식 투자에 나서는 등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부분적인 현상이며 미시경제정책으로 잡을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물가 불안은 예의주시 박 총재는 올 상반기 물가를 3% 이내에서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도 하반기 물가 상승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중기물가목표(2.5%)는 현 상황대로 간다면 지키기 어렵고 벅찬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그러나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크게 높이는 무리한 정책은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반기부터 물가가 크게 올라 내년초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할때 콜금리의 인상 효과는 6-9개월뒤 나타나는 만큼 적어도 오는 6월 이전에 금리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결국 이날 물가 불안에 대해 '예의주시'한다는 언급은 금리 인상의 근거를 다시 한번 시사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은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들은 한은이 콜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잇따라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6월 이후 0.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살로먼스미스버니는 오는 7월중에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근거는 모두 거시경제 지표가 호전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특히 계절에 따른 경기 변동 요인을 제거했을때 지난달 수출은 작년동월대비 4%늘어났고 이달 수출도 작년 대비 증가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계는 수출이 본격 회복더라도 경기에 영향을 미쳐 과열 기미를 보이기까지에는 시간이 더 걸리는 만큼 금리 인상이 곧바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서 경기호조세가 더욱 뚜렷해지면 금리인상은 불가피한 수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tsya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