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노총의 협상타결로 발전분야의 민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37일간 계속된 발전파업이 바로 민영화(국내외기업에 발전소 매각) 문제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이 문제에 대해 양측의 합의문에는 '민영화 문제는 교섭대상이 아니다'고 명시돼 있다. 문서만을 놓고 보면 "민영화문제는 이미 관계법이 국회를 통과한 터여서 노조의 시비거리가 결코 될 수 없다"는 정부의 당초 주장이 그대로 관철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노조가 백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영화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도 "정부의 의지가 그대로 관철됐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여러 정황에 비춰 노조도 실리를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발전노조를 대신해서 협상에 나섰던 민주노총측 관계자가 "교섭대상이 아니다는 것은 '유보'라는 의미"라고 강조하는 것에서도 노조의 계산을 읽을 수 있다. 발전노조 관계자도 "발전소 매각의 심각성을 국민에 알렸고 앞으로 재추진할 경우 노조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줬다"고 자평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불법파업은 안된다'는 명분을 얻었고 노조는 일단 시간벌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양측의 입장과 해석의 차이로 인해 향후 논란과 대립이 재연될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게 노동계 안팎의 분석이다. 정부는 올해 발전소 1~2개 정도를 시범케이스로 민영화하는 준비작업에 착수할 방침이지만 정권교체 등 경제외적인 변수들이 워낙 많아 의지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민노총도 이같은 가변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나머지 겉으론 일단 정부측에 양보하기로 한것 같다. 정부로선 이번 파업타결로 금년 노사분쟁의 큰 흐름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월드컵대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둔 상황에서 향후 유사한 사태 발생을 미리 차단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홍열.이정호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