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1억원을 손에 쥐고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진지한 표정의 '면접관'이 던진 질문이다. 이에 대해 나름대로 튀는 대답을 내놓으려고 '지원자'들이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대기업의 사원 면접이 아니다. 연세대 벤처창업동아리인 '연세벤처(회장 현민협)'가 새학기를 맞아 신입 회원 면접을 치르는 모습이다. 이 동아리에서 회장은 'CEO'라 불린다. 동아리 부회장은 '파트너'다. 호칭만 봐선 대학 동아리인지 '작은 기업'인지 아리송하다. 2002년 봄, 대학 캠퍼스는 창업 열기로 뜨겁다. 삼삼오오 모여 만든 창업동아리들이 신입생을 맞이하고 새로운 항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 주춤했던 벤처 열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어 벤처동아리들에 쏠린 관심이 대단하다. 이들 창업동아리는 창업에 관심이 많은 순수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과는 다르다. 아마추어들이 모인 일종의 '동호회'다. 수익성 추구가 아니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창업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을 쌓으면서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싹틔우는게 모임의 목적이다. 최근에는 취업시 경우에 따라 경력으로 인정되는 사례도 있어 신입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고. 현재 서울지역내 대학 창업동아리수는 어림잡아 50개 정도. 서울지역창업동아리연합회도 구성돼 있다. 이 연합회의 회장인 이동규씨(삼육대 경영정보 3학년)는 "1998년부터 대학가에서 창업동아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서울의 경우 특수대를 제외하고 웬만한 대학엔 모임이 한두개 정도는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 동아리는 사업 아이템이 떠오르면 바로 사무실 열기에 바빴다. 의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벤처 거품이 빠지고 난 뒤 섣불리 창업을 결심하기보단 차근차근 준비 단계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창업동아리의 성격도 '순수 동아리' 경향이 강해졌다. 그래도 창업동아리들에 들어온 학생들은 남달리 '프로정신'이 강하다. 서울대 학생벤처네트워크(회장 안상일)는 모의회사를 운영하고 업적을 평가해 보는 '모의벤처경영대회'를 열어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고려대 창업동아리인 '젊음과 미래(회장 정현수)'는 석.박사들도 참여하고 있는게 특징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1주일에 한번 정기 모임을 갖고 벤처 관련 인사들을 초빙해 현장의 소리를 듣는다. 한양대의 '한양벤처클럽(회장 이용규)'은 타학교 학생들에게도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개방형 동아리'다. 경기 회복의 영향으로 캠퍼스 내 창업동아리들도 '상한가'를 칠 기세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